설에 집에 갔더니 그냥 무작정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 (옛날) 방의 책꽂이에서 읽지 않은 책들을 뽑아다가 읽을 책을 골랐다. 그게 이 책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내 돈으로 구입한 책이고 그리 두껍지도 않은데 왜 읽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몇 페이지가 넘어가니까 왜 읽지 않았는지 기억났다.
나는 사실 책을 읽는 것을 정말 못 견뎌한다. 특히 사랑 이야기와 판타지 이야기? 전자는 읽으면 아파서 계속 읽기가 어렵다. 책뿐 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음악도 힘들다. 후자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전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어지지 않는다. 그 상태로 계속 읽고 있으면 과자공장 바닥에 앉아서 불량과자 바코드를 줄줄 읽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브리다가 그랬다. 초반부터 태양 전승, 당 전승, 마법.. 다짜고짜 여주인공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마법사를 찾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당시의 내가 계속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은 그냥 독서를 무조건하고 싶어서 그냥 읽었다. 수능 국어영역이 16페이지라서 다행이었던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결국 끝까지 다 읽어서 다행이었다.
이 책을 한 구로 말하자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한 어린 여자의 여정’쯤 될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많은 것을 빠뜨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구는 나와 브리다의 접점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구다. 나의 삶을 찾는 것은 나 역시 관심 있어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현실에서 찾고 있고 브리다는 마법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서’에서 (모델인 듯한) 브리다가 인용하여 말했듯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로 브리다나 나나 길이 다를 뿐 찾고자 하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서도 위가 나 마법사가 브리다에게 마법에 대해 조언하는 부분을 보면 현실의 나에게 와 닿는 부분이 많다. 어두운 밤, 말과 신, 믿음과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부분이 그렇다. (아.. 책 읽으면서 메모를 해둬야 하는구나) 그리고 사랑과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니나 다를까 날 아프게 했다. 아픈 이유는 나도 찾고 있지만.. 읽으면서 투정 부리고 싶었다. 그런 거 좀 없을 수도 있지. 마법사가 말하길 소울메이트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난 아닌데. 어려울 수도 있지.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왜 인생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하는 건지, 가서 마법사에게 투정 부리고 싶었다.
아마 내가 사랑을 해보고 나서 다시 이 책을 읽으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지금 읽은 것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읽어보고 나서 지금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단 사랑하는 사람부터 생기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