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대의 혁명에만 시선을 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대로 넘어왔다. 또한 서유럽에만 시선을 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인공은 남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념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근대 서구 자본주의"를 넘어선 세계의 민주주의 혁명의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은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멕시코혁명, 중국 신해혁명, 그리스 민주화 운동, 쿠바혁명, 칠레 민주화 운동, 아르헨티나 민주화 운동, 한국 광주의 오월 혁명, 그리고 1986년의 필리핀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음악이 다채로워졌다. 고전음악이 힘을 발휘했던 근대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현대에는 현대의 음악들이 등장했다. 영화음악이 그러했고, 오페라가 그러했고, 유명한 포크송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월혁명에서 빠질 수 없는 민중가요도 등장했다. 게다가 영화음악을 다루면 영화를 다룰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음악이 시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점차 영화음악, 음악에 토대가 된 시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 자체를 다루기도 했으며, 문학작품을 다루기도 했다. 첫 시작은 음악과 함께 떠났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를 만나고 문학을 만났다.
사실 너무나 생소할 수 있는 멕시코혁명, 쿠바혁명, 아르헨티나 민주화 운동 등을 짧은 책 한 권에 전부 담아낸다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음악'과 함께 떠나야 하고, 그러다 보니 영화와 문학도 대리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쓰인 혁명에 관련된 음악, 영화, 문학을 소개하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3세계의 혁명을 소개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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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책을 펴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한글자 한글자를 읽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수 백번 그만 읽어야지하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읽어야지하고 또 그만큼 다짐했다.
그녀의 삶은 모두 달랐다. 그리고 하나하나 예상치 못했다. 남자 군인 보다 더 군인다운 사람도,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도, 전쟁에서 사랑을 하는 이를 비난하는 사람도, 전쟁이라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했던 사람도, 그래서 전쟁을 증오한 사람도, 전쟁을 사랑한 사람도... 모두 자기의 전쟁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친듯이 울다가도, 너무 따뜻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동안은 이 전쟁에 대한 책을 보기가 힘들 것 같다. 전쟁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그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앞에, 혹은 뒤와 옆에 있을 그녀들이 떠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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