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프로필 이미지

빌어먹을로맨티스트

@ibnbo4e52nue

+ 팔로우
잠자는 숲의 표지 이미지

잠자는 숲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또그랬다
몇시간동안 사건에 빠져들어 책을 잘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가가형사가 보여주었던 아니 형사로써가 아닌 가가라는 사람이 보여주었던 면모에 푹빠져버렸다

“내가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가가씨•••••나, 가가씨의 그 목소리, 안 잊을래요”
미오는 목이 메었다. 그런 그녀의 몸을 당기며 가가는 속삭였다.
“괜찮아요. 귀도 어떻게든 낫게 해줄 테니”
그는 플로리나 공주의 얼굴인 미오에게 조용히 입술을 맞댔다. 무언가에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의 입맞춤이었다.
“당신을 사랑하니까”
가가는 미오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정말 가가형사 시리즈는 사건은 거들뿐이다 온전히 가가형사만을위해 쓰여졌다 히가시노가 만들어낸 이사람의 진모를 보여주기 위해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속에 그를 녹여낸것이다. 아니 가가의 사랑은 언제나 담담하고 차분하다 사실 많이 아쉬웠다 ‘졸업’에서 결혼할것만 같았던 전여자친구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앞으로 시리즈에서 계속 만날수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들떠있었는데 30대 전후로 보여지는 그세월이 무심했다 조금이라도 더 젊은 그와 시간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싶었는데, 나 정말 가가형사에게 푹 빠졌나보다

하루에 히가시노책을 두권이나 읽다보니 느낀것은 특히 가가형사시리즈에서는 결국 사건들의 궁긍적 목적은 사회적지위와 자신이 쌓아올린 노력과 이미지 등을 포기하지못해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저질러버린 살인이라는 것이다 히가시노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이 변화되지않고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를 끌고가며 풀어내는 과정을 좋아해서인데 그 마침표가 언제나 그런쪽에서 찍히게되는 것이 결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지키고자하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일까라는 생각이든다 ‘보물’이라고 표현했다 발레하는 자신을 그리고 그런사람들을, 보물을 지켜내기 위한 일들이었다

가가형사와 관계를 이루는 여주인공이 항상 담담하고 차분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인간상에 대한 호감을 갖고있어서 그런지몰라도 내가좋아하는 이미지에 적합한 여주인공과 가가형상와의 미묘한 교류는 사건 중간중간의 안식처라고 할까나

아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않을 수 없겠지 개인적으로 원래 작가의 말이나 역자후기 같은건 잘 안읽는데 이분의 표현은 진짜 가슴에박히는 기분이라 꼭 읽곤한다 역시 이번에도 최고였다
‘몇 겹으로 뒤엉킨 잠자는 숲을 헤치고 그녀를 깨우는 가가 형사의 뜨겁고 순정한 입맞춤을 지켜보며 동화 속의 라일락 요정처럼 “부디 이 사랑이 영원하기를!”이라는 주문이 저절로 흘러나올지도’
그렇다 결국 철저히 발레계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 세계는 잠자는숲이었다 사실 소름이 돋았었다 미오가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이 될수있는 작품 잠자는 숲속의 공주 그리고 그이야기를 담고있는 책의 제목 잠자는숲 이번에는 그냥 그것만으로 책제목의 의미가 충분히 설명되진않더라도 독자들이 느낄수있지 않을까
2017년 11월 14일
0

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다른 게시물

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프로필 이미지

빌어먹을로맨티스트

@ibnbo4e52nue

환경이 상황이 사람을 변하게 할지는 몰라도 어린시절부터 온갖 불행을 다 겪어 사람들에게 실증과 분노를 느끼는 주인공이 갑자기 역겹게 느껴졌다 열등감에 찌들어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쳐다보는 사람들 언제나 복수심에 타오르는 사람들 하지만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우리 사회에 즐비한 인물일 것만 같아서 마냥 주인공을 비난할 수 없었다 아마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히가시노게이고의 속셈이었을까

살인의 문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재인 펴냄

2019년 1월 24일
0
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프로필 이미지

빌어먹을로맨티스트

@ibnbo4e52nue

주인공이 너무나도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그를 지켜보는 답답함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책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열등감과 무지함을 히가시노게이고가 제대로 찌른 것 같다 2권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된 실수를 반복하는 일관된 캐릭터

살인의 문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재인 펴냄

2019년 1월 24일
0
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프로필 이미지

빌어먹을로맨티스트

@ibnbo4e52nue

천공의 벌 - 히가시노게이고

감히 부제를 붙여보자면 나는 "침묵의 군중"이라 하고싶다
작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던 메세지이자 주인공들이 사건을 계획한 이유

오랜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끊임없이 논했던,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주의하고 있을 주제. 그럼에도 뚜렷한 해결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원인과 책임까지도 불명확한 주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물론 책의 핵심 내용은 이것이 아니며) 사건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모든 것의 시작은 이러하다

원전을 다니는 아버지가 있는 아이와 (원전아이라 칭하겠다) 반원전 투쟁을 하는 부모님이 있는 아이가(이하 반원전 아이) 같은 반이다.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지만 그누구보다 옳고그름 혹은 네편내편을 뚜렷하게 나눌 나이이기에 반원전아이가 선두로 나서 원전아이를 괴롭힌다. 방사능이 피폭되어 사람이 죽어가고 해를 끼치고 하는 등의 강력한 주장을 펼치자 반분위기는 자연스레 반원전이 된다. 어쩌면 아버지가 원전에 다니는 것 외에는 원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원전아이는 친구들에게 '죽어라'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사건의 진상을 알게되자 사건을 도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괴롭혔던 반원전 아이집을 찾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마저 괴롭힘을 당해 정신적 충격으로 가족이 모두 부서져버린 상황. 그렇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분노해야하는가 생각하던 원전 아버지는 그 대상이 실은 괴롭힘 사이에 있던 "침묵했던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표정의 변화 하나없이 침묵하며 '내 잘못이 아니에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와 같은 반응으로 원전 아버지를 맞이할 그 아이들

대충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달이 되었길 바라며

그래, 언제나 고민했었다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입장을 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는가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현 시대 사람들은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립' 혹은 '침묵'을 지킨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개개인의 스탠스일 뿐이다. 그냥 그런 사람인거고, 관심이 없는 것 뿐이다. (절대 강요할 수 없는 일이라 더 어려울지도)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리더상이라는 주제를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관심있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 없고 도전하기 꺼려하는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이 시대에 누가 앞장설 것인가

나의 가장 뜨거웠던 청소년기. 나는 언제나 앞장서는 사람이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소리내는 사람 너무 거창하지만 침묵의 일원은 아니었다. 학교생활에 분위기에 친구들의 삶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언어화 시키고자 했던 사람. 참 치열하게 살았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지나고 근래에 그저 '적당'한 사람으로 살다보니 '침묵'의 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냥 조용히 살다보면 모든것이 흘러 지나간다 그것들이 나에게 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목소리를 낼 시간이 온다면, 나는 말할 수 있다. 목소리 내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내가 지금 하는 이 말이 주제에 맞는 말일까, 옳은 말일까,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와 같은 고민들은 실은 내고민이지 상대방의 생각이 아니다. 생각보다 상대방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으며 모여있는 수 많은 사람 중 한사람의 의견으로 여길뿐이다. 또한 모두가 처음 사는 삶, 모든 순간에 성공과 정답은 없는 것 처럼 내가 꼭 맞는 말을 해야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뱉지 않으면 어느순간은 나는 도태된 사람이 되버릴 것이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은 생각보다 쉽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내 이야기만 했나
굉장히 두꺼운 책이다 675페이지에 달하는 책임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막힘없이 원전, 헬리콥터, 무선조종 등에 대한 지식들을 풀어냈다. 내가 기술전공을 해서 추천도서로 읽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일본에서 일어났던 원전, 방사능에 대한 그 때 그 당시의 시대적 불안감을 소설로 잘 풀어냈다 생각한다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재인 펴냄

2018년 7월 3일
0

빌어먹을로맨티스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