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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The Elegy of Whiteness,한강 소설)의 표지 이미지

한강 지음
난다 펴냄

독서모임 #책키북키
3월 2일 만남에서는 한강 소설가의 <흰>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임장의 사정으로 후기가 매우 늦어졌네요ㅠㅠ
각설하고 바로 후기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이 책은 에세이인 듯, 소설인 듯 장르가 모호한 책입니다. 책 표지에는 분명하게 소설이라고 적혀 있지만, 막상 펼쳐보면 짤따랗고 개별적인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지요. 그러나 천천히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각개의 이야기들이 가지는 ‘흰’ 색이라는 공통적 특징으로 이어져 결국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희다’라고 하면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연상하기 쉽죠. 하지만 책에서의 흰 무엇들은 모두 어딘가 모호하고 위태합니다. 이미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지고 있는, 사라질 것들, 그러니까 무구하지만 그만큼 연약한 무엇들을 작가는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보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임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하나씩 꼽아 보았습니다.
1) <강보> (p. 18-19)
갓 태어나 강보에 싸인 아기와 그 어머니가 마주하는 장면이다.
“방금 무엇이 시작됐는지 모르는” 아기와 “믿을 수 없는 고통을 방금까지 겪은” 여자. 삶과 죽음의 흐릿한 경계에서 그들은 아득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2) <은하수> (p. 77)
이야기 속 ‘그녀’의 ‘두통’이나 ‘칠흑’ 같은 검고 어두운 것들을 “한순간 눈을 씻어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게 하던 차고 깨끗한” 은하수를 보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순간이었다.
3) <백야> (p. 96)
어둡지 않은 밤과 밝지 않은 낮, 완전한 흑이나 백이 아닌 그 경계는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은 아픔의 경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찍은 사진 올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플라이북 #독서모임 #책키북키
2018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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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pon03

@ztose13fxut7

독서모임 #책키북키 의 독서 모임 후기입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2018년에 읽었던 책들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서로에게 추천하고 교환해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1.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탄탄한 구조에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소설.

2. <회색 인간>- 김동식
SNS에서 처음 접하고 흥미가 생겨 읽은 책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사망 공동체> 편을 추천한다.

3. <거짓말이다>- 김탁환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이도 울었다. 내가 참 무관심했구나, 추모한다는 말을 참 가볍게도 써왔구나, 하는 후회와 부끄러움이 물밀었다. 더 이상 우둔하게 살고 싶지 않다면, 뉴스로만 접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멀게만 느껴진다면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4.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마리몬드 리커버 한정판의 표지에 혹해서 구매한 책이다. 사실 시는 내게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어려운 문학이어서 이 책 역시 초반에는 읽는 과정이 아주 즐겁진 않았다. 그러다 중간 즈음, 돌연 의미를 파악하려 분투하기보다 그 자체로서 분위기와 표현 등을 즐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웬걸, 갑자기 시가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그 작품이 지닌 깊은 뜻을 파악하며 읽는 것도 의미있지만, 이렇게 시가 불러주는 대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 가만히 서 있어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총 네 권의 도서가 추천되었고, 이후 약 한 시간 반 정도 서로 책을 교환하여 읽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여담. 한 분은 모임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곧바로 추천받은 책을 구매하기도 하셨습니다ㅎㅎ)
이번 모임도 즐거웠습니다!
#플라이북 #독서모임 #책키북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2018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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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pon03

@ztose13fxut7

독서 모임 #책키북키 의 네 번째 모임 후기입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장 튈레의 <자살 가게>를 읽고 이야기 나눠 보았는데요,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서 각자의 의견을 밝히고 그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바로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정리해 볼게요!

1. 책(혹은 영화) 속 가장 충격적이었던 자살 방법은?
- 독사과를 먹기 전에 각자의 방식대로 그 독사과를 그린 뒤, 그 그림을 자살 가게에 기부하는 것. 자신의 목숨을 파괴하기 직전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도록 만드는 가게 주인의 심리가 특이했다.
- 아무런 무늬가 없는 하얀 마스크의 코 부분에 아주 작게 거울을 붙여 두어서, 그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너무 흉측하다며 폭소하다가 그대로 죽어 버렸던 장면.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가 어느 정도까지 생겨야 그런 자살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2. (책 속의) 알랑의 마지막 선택의 이유?
- 개인의 죽음이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타당할지 몰라도 타인에게는 한없이 허무하고 뜬금없어 보인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것 같다.
- 이건 알랑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선택인 것 같았다. 독자들에게 충격 요법을 주기 위해.
(전체적으로 알랑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3. 개인의 자살은 존중받아야 하는가?
- 찬성: ‘생명은 소중하다’, ‘삶은 아름답다’,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진다’라는 말은, 하루하루가 고통뿐인 사람에게는 조금도 효과적이지 않다. 자살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우리가 이해할 수 없듯, 우리도 그 사람의 고통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삶에서 단 한 톨의 행복도 찾을 수 없다면, 일분일초가 고통의 연속일 뿐이라면, 나는 그 사람의 선택을 이해는 할 수 없어도 존중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나는 자살을 할 생각이 없다).
- 반대: 어떠한 이유에서든 자살은 용납될 수 없다. 생명은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존귀한 것이므로 이 순간이 괴롭다고 해서 함부로 저버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 / 이미 죽을 각오를 했다면 차라리 그 각오로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자살을 선택하게 했던 요인들이 오히려 작고 하찮게 보일 것이다. 그러한 노력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목숨을 버리는 것은 오만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들이 있었지만 후기에는 이정도만 적겠습니다.
아무래도 ‘자살’이라는 무겁고 조심스러운 주제를 다루다보니 다른 책들보다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만큼 진중하게 토론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진지하고 엄중한 분위기가 이어져서 왠지 재미있었네요ㅎㅎ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플라이북 #독서모임 #책키북키

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열림원 펴냄

2018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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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pon03

@ztose13fxu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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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소설과 에세이 둘 중 어떤 것도 아니고 어느것도 아닐 수 없는, 참 애매모호하다. 짧은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세상을 보여주는 짜임새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숨>은 오묘하고도 적절하다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점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 주머니였다.
세상에 그토록 많은 그와 그녀들을 작가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세세하게 기억해냈을까, 어떻게 그만의 인물로 살아 숨쉬게 해 주었을까.
고백하자면 나도 이런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획한 적이 있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 혹은 내게 인상이 깊게 남은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 비슷한 걸 써 보자는 것이었다.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더욱 방대하며, 그 모든 사정들을 내가 모두 보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초라한 집중력은 금세 지쳐 버렸다.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그 순간에는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상황을, 감정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보다 더 냉정하게 외면하고 마는 것. 이런 나와 달리 작가는 어떻게 그 많은 그와 그녀들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었을까?
작가가 에필로그 대신 썼다는 마지막 이야기 <옥상에서>를 통해 들려준 것처럼, 홀로 옥상 난간에 누워 한없이 시간을 떠나보내야만 했을 때 그 남은 자리에 그와 그녀들을 차곡차곡 쌓아둔 것일까. 특별할 수도, 평범할 수도 없는 그들의 일상을 채워주기 위해,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세상의 모서리에 아슬하게 발붙이고 있는 자들끼리 꼭꼭 뭉치기로 약속이라도 한 걸까.
먹먹하면서도 왠지 샘이 나는 느낌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도 언젠가 작가의 마음 안에 담겨질 날이 올까. 그보다 먼저, 정체를 모르는 작가를 대신하여 내가 그와 그녀들의 일상을 하나둘씩 담아내 보아야겠다.

#플라이북 #책키북키 #숨

모자 지음
첫눈 펴냄

2018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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