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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소설과 에세이 둘 중 어떤 것도 아니고 어느것도 아닐 수 없는, 참 애매모호하다. 짧은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세상을 보여주는 짜임새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숨>은 오묘하고도 적절하다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점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 주머니였다.
세상에 그토록 많은 그와 그녀들을 작가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세세하게 기억해냈을까, 어떻게 그만의 인물로 살아 숨쉬게 해 주었을까.
고백하자면 나도 이런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획한 적이 있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 혹은 내게 인상이 깊게 남은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 비슷한 걸 써 보자는 것이었다.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더욱 방대하며, 그 모든 사정들을 내가 모두 보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초라한 집중력은 금세 지쳐 버렸다.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그 순간에는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상황을, 감정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보다 더 냉정하게 외면하고 마는 것. 이런 나와 달리 작가는 어떻게 그 많은 그와 그녀들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었을까?
작가가 에필로그 대신 썼다는 마지막 이야기 <옥상에서>를 통해 들려준 것처럼, 홀로 옥상 난간에 누워 한없이 시간을 떠나보내야만 했을 때 그 남은 자리에 그와 그녀들을 차곡차곡 쌓아둔 것일까. 특별할 수도, 평범할 수도 없는 그들의 일상을 채워주기 위해,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세상의 모서리에 아슬하게 발붙이고 있는 자들끼리 꼭꼭 뭉치기로 약속이라도 한 걸까.
먹먹하면서도 왠지 샘이 나는 느낌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도 언젠가 작가의 마음 안에 담겨질 날이 올까. 그보다 먼저, 정체를 모르는 작가를 대신하여 내가 그와 그녀들의 일상을 하나둘씩 담아내 보아야겠다.
#플라이북 #책키북키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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