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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열린책들 펴냄

갑작스런 산책

저녁 무렵이 되어 오늘은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일 때,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환하게 불 밝혀진 탁자에 앉아 일에 착수하거나,
그걸 끝마친 후 으레 잠자리에 드는 놀이를 시작했을 때,
바깥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있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때, 이미 오랫동안 탁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으므로 새삼스레 밖에 나간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랄 게 분명할 때,
이미 계단 부분도 어둡고 집 대문도 잠겨 있을 때,
그래도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갈아입고 금방 외출 준비를 하고 나타나서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인사하고,
현관문을 닫는 속도에 따라 화가 난 정도를 알린다고 생각하고,
골목에 나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는 뜻하지 않은 이러한 자유를 얻자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팔다리를 유별나게 움직일 때,
이런 하나의 결심을 함으로써 자신의 내부의 모든 결단력을 모았다고 느낄 때,
신속하기 짝이 없는 변화를 쉽게 일으키고 이를 견딜 만한 힘이 자신에게 필요 이상으로 있음을 보통의 의미 이상으로 깨달을 때,
그리하여 기다란 골목을 걸어갈 때 ─ 그럴 때 이러한 밤에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변하는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그런 반면 자신은 아주 확고하게,
검은 윤곽도 선명하게,
허벅지 안쪽을 치면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드높여지는 것이다.
이런 깊은 밤에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그를 찾아간다면 이런 모든 느낌이 한층 강해질 것이다.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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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woeu93z1cd

오랜만에 책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책.
마지막장면은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남았다. 이미 로자 아줌마가 생을 떠난 걸 알면서도 감지 못한 두 눈에 히틀러 사진을 보여주고, 로자 아줌마가 언젠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슬퍼하지 않게 계속 화장을 해주고 향수를 사다가 뿌려주는 한결같은 모모.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알고 다들 울컥하지 않았을까. 
나는 '다시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되새겨본다.

"사랑해야 한다.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문학동네 펴냄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19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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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woeu93z1cd

우리 모두 고슴도치 같은 면을 안고 살고 있지 않을까.
가시가 있어 남들에게 상처주고 다가오지 못하게 할 때도 있고, 가시가 있어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꺼야 단념 할 때도 있고, 외롭지만 또 누군가 다가오면 싫고, 그래도 누군가 다가와서 이해해줬으면 할 때도 있고.. 우리가 모두 고슴도치라면 나에게 달린 가시조차도 나자신의 일부라는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 그냥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있는 건 어때?
외롭고,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고, 조금은 불안한 대로.
그렇더라도 조금은 행복하지?"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arte(아르테) 펴냄

읽었어요
👍 외로울 때 추천!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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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woeu93z1cd

무라카미 하루키 연애소설 3부작 스푸트니크의 연인.
그냥 읽고 나면 하루키 소설이라는게 느껴지는 책. 오랜만에 책 한장 한장 빨리 넘기고 싶었던 읽으면서도 감탄을 하게 되었던 소설. 고독과 상실과 빈껍데기.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과의 이야기들.


"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타버려 제로가 될때까지 말이에요."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2019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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