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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산책
저녁 무렵이 되어 오늘은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일 때,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환하게 불 밝혀진 탁자에 앉아 일에 착수하거나,
그걸 끝마친 후 으레 잠자리에 드는 놀이를 시작했을 때,
바깥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있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때, 이미 오랫동안 탁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으므로 새삼스레 밖에 나간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랄 게 분명할 때,
이미 계단 부분도 어둡고 집 대문도 잠겨 있을 때,
그래도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갈아입고 금방 외출 준비를 하고 나타나서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인사하고,
현관문을 닫는 속도에 따라 화가 난 정도를 알린다고 생각하고,
골목에 나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는 뜻하지 않은 이러한 자유를 얻자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팔다리를 유별나게 움직일 때,
이런 하나의 결심을 함으로써 자신의 내부의 모든 결단력을 모았다고 느낄 때,
신속하기 짝이 없는 변화를 쉽게 일으키고 이를 견딜 만한 힘이 자신에게 필요 이상으로 있음을 보통의 의미 이상으로 깨달을 때,
그리하여 기다란 골목을 걸어갈 때 ─ 그럴 때 이러한 밤에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변하는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그런 반면 자신은 아주 확고하게,
검은 윤곽도 선명하게,
허벅지 안쪽을 치면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드높여지는 것이다.
이런 깊은 밤에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그를 찾아간다면 이런 모든 느낌이 한층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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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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