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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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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 외 1명 지음
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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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누군가를 갈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나를 받아들여 달라는, 내가 부족하고 흠결이 많아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달라는 욕망은 한순간도 숨을 죽이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대기 마련입니다.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냥 솔직하게 "나 지금 불안하고 힘드니까, 당신이 날 좀 돌봐줘"라고 있는 그대로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내 안에 약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고, 거절당할까 두려워서 자기 욕망을 억지로 숨기거나 속이지도 않았으니까요. 내 마음속의 약한 마음, 부족한 것까지 품어달라는 욕심을 포장하거나 가리려고 하지 않았으니, 더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일 테고요.
106~107p, 당신이 필요하다는 고백
2018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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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

@hlcmrigdpgki

⠀저무는 햇살이 낭만적인 빛을 드리우며 그녀의 얼굴을 잠시 비추었다. 내가 귀를 기울고 있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숨 가쁘게 나를 끌어당겼다. 하루해가 가면서 황혼 녘에 흥겨웠던 거리를 떠나는 아이들처럼 햇빛이 자못 섭섭한 듯 서서히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져 갔다.

———————————

⠀이제 그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정말로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이 어느새 그의 뒤쪽으로 지나쳐 버린 것을 느끼지 못했다. 대륙의 어두운 들판이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도시 너머 광대하고 아득한 어둠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개츠비는 해가 갈수록 멀어지는 그 초록 불빛의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때의 초록색 불빛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그럴수록 두 팔은 더 멀리 뻗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화창한 날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018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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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

@hlcmrigdpgki

⠀그러나 혹시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직접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 병은 축복, 거의 필수적인 조건일 수 있다. 그것은 위대한 문학 작품이 꼼짝못하게 불어넣는 경외심 앞에서 그를 지켜주고, 표절의 문제도 복잡하지 않게 해준다. 그렇지 않다면 독창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궁지에 몰려 만들어 낸 나태하고 무가치한 위안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에서 벗어나려 애써 본다. 너는 이 무서운 건망증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나는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 레테의 물살을 버티어 내야 한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서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너는- 여기에서 순간 저자와 표제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마지막 행은 불변의 도덕적인 명령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이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유명한 시를 인용한다.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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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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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

@hlcmrigdpgki

⠀운동장이 쓸쓸했다.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운동장은 그 학교에서 가장 표정이 풍부하고 가장 인간적인 존재였다. 살아있는 학생들보다 더.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에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개미나 벌을 더 닮았다. 교사들은 지친 로봇 같았다. 운동장은 재래시장의 늙은 상인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대낮을 견디다 하교시간 즈음해서 제 혈색을 되찾았다. 운동장의 성별은 아마 남성인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친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즐거워했으니까. 운동장은 신화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해 질 무렵부터 슬슬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해 밤이 되면 귀기를 몸에 둘렀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다시 사소하고 조잡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018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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