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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초상

오사 게렌발 지음
우리나비 펴냄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을 그려낸 <7층>으로 유명한 스웨덴 만화 작가 오사 게렌발의 두번째 작품 <가족의 초상>. <7층>을 인상 깊게 본 후 시립도서관에 오사 게렌발의 모든 그래픽 노블 도서를 비치해주십사 신청을 했고, 도서관에서 문자를 받고 빌려보았다.
<가족의 초상>에 등장하는 가족은 따뜻한 평범함, 다정한 전형성과는 거리가 먼 ‘해체된 가족’이다. 가정에서만 본성을 드러내는 구성원들의 일면들을 파헤쳐 가족들에게 겪었을 법한 상처와 에피소드로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 후 각각 재혼을 해서 새 가정을 꾸렸고, 첫째 딸 마리는 어렸을 때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와 결혼한 엄마를 미워하고 둘은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마리는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는데, 그녀는 아버지가 대화에 소극적으로 굴며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는 그녀가 예민하다고 생각한다. 세 구성원의 완충제가 되는 사람이 바로 둘째 딸 스티나. 스티나는 가족 모두와 따로 연락을 하지만, 약혼자의 가족에 비해 화목하지 않은 자신의 가족을 내심 부끄러워하고 있다.
주 캐릭터가 되는 인물은 첫째 딸 ‘마리’다. 반항적인 사춘기와 확고한 자기주장이 특징인 마리는, 낙관적인 스티나에 비해 다소 ‘비관적인 사람’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낙인찍혀 있다. 그녀는 실제로 신경발작을 앓고 있고, 남자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 더불어 엄마의 현재 남편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들은 모두 그녀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만 인지할뿐이다. 만약 마리가 가족에게서 ‘진짜 도움’을 받았다면 그녀는 성인이 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아저씨가 내 가슴을 만졌다’고 마리가 말했을 때 엄마가 마리의 말을 듣고 남자를 집에서 쫓아냈다면 혹은 아빠가 마리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스티나가 마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면서도, 그녀를 답답해하고 우리 가족은 왜 이럴까 낙담하는 모습들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가장 나의 모습으로 다가온 캐릭터는 역시 마리였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특히, 마리와 스티나가 그들의 유년시절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마리는 그들의 가족이 어릴 때부터 끔찍했다고 기억하지만, 스티나는 다른 가족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다고 기억한다. 둘의 말은 어쩌면 모두 맞을지도 모른다. 관점의 차이뿐만 아니라 상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테지.
오사 개렌발은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후기에서 밝힌다. 10년 전에 쓴 작품이기도 하고, 마리를 너무 부당하고 심하게 그린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최근작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의 캐릭터 제니를 통해 마리에게 보상을 해줬고, 그 책이 <가족의 초상>을 뒷받침하는 책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그녀 스스로 이 책은 최악이라고 말하는 문구가 너무 웃겼다. <7층>보다는 확실히 인상이 덜하긴 했어도 꽤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여기며 완독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작가 후기대로 <그들의 등 뒤에서는...>를 이어서 읽어봐야겠다.

#가족 #오사게렌발 #성장
2018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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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bo

정확히는 3.5점. 마지막에 20대 때는 예뻤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고 잔 들 힘만 있으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술을 마실 거라고 하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작가가 추천해준 맛집 다 가보고 싶다. 사실 그것때문에 별점이 더 올라감.

술꾼 도시 처녀들 1

미깡 지음
예담 펴냄

2018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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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만화에 등장했던 인물들보다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가 더욱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스누피가 난 왜 개로 태어났을까 발전 가능성이 없어 하며 철학적으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거나 아이들이 자기를 칭하는 ‘털복숭이’, ‘반푼어치’라는 말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더욱 사람 같아졌다. 그리고 스누피가 라이너스의 담요를 탐내면서 라이너스와 스누피 간 묘한 라이벌 관계도 형성됐다. (진지한 수준은 아니닼ㅋㅋㅋㅋ) 펭귄과 독수리를 흉내내는 스누피, 아빠 자랑으로 기싸움하는 찰리 브라운과 바이올렛, 베토벤 생일을 까먹고 좌절하는 슈뢰더, 루시에게 2주간 담요를 뺏긴 라이너스 등의 에피소드가 있다. 흙을 몰고다니는 픽펜, 베토벤 덕후 슈뢰더, 검은머리 바이올렛, 짧은 금발 패티 등 여전히 기존 캐릭터도 이따금씩 존재감을 비추지만 난 역시 떠버리 루시가 제일 웃긴 것 같다ㅋㅋㅋㅋ

“가끔은 내 영혼에 잡초만 빽빽한 것같이 느껴져!”

/

“저 많은 별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지 않아, 찰리 브라운?”
“아니. 난 원래 하찮은 사람이니까 상관없어!”

피너츠 4

찰스 M. 슐츠 지음
북스토리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18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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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책은 이번 년도엔 꼭 읽으리라 두고두고 벼렀던 책 중 하나였는데, 폴 오스터의 원작을 바탕으로 힌 그래픽 노블을 먼저 읽게 됐다. <유리의 도시>는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에 등장하는 단편 중 하나다.
최근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래픽노블을 읽었을 때처럼, 원작을 먼저 읽고 그래픽 노블을 봤다면 감상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원작과 이 그래픽노블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 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연출이 아주 뛰어나다는 건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피터 스틸만이 달걀로 철학을 이야기할 때 식당의 달걀 음식이 조리되는 장면을 함께 병치하거나, 주인공 퀸이 뉴욕을 서성이며 자신의 일부분을 떨어뜨린다는 묘사에서 그려진 미로 그림, 퀸이 버지니아와 피터의 집을 감시하며 서서히 노숙인처럼 변해가는 과정 등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폴 오스터가 쓴 문장에서의 느낌을 탁월하게 건져올린다는 생각을 했다.
미스테리로 가득 찬 소설은 폴 오스터와 친구인 누군가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작가 본인이 소설에 개입된 채 방관자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점이 흥미로웠고, 뿐만 아니라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을 보는 듯 주인공 퀸의 자조적이고도 허무한 결말은 여태 퀸이 쫓았던 피터 스필만의 존재 자체를 맥거핀으로 느끼게 했다. 피터 스필만이 주창했던 바벨탑의 어떤 계시조차 정확한 답 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유리의 도시>는 더욱 더 음울하고 기이한 소설로 완성되었다.
<유리의 도시>를 읽으면서 느꼈던 이 기묘한 공포와 우울은 데이비드 미추켈리의 그림 연출 반, 폴 오스터의 문장 반에서 왔다. 나중에 폴 오스터의 문장으로만 이루어진 원작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폴 오스터의 첫책은 이렇게 <뉴욕 3부작>이 되겠군!

#폴오스터 #뉴욕3부작 #그래픽노블

유리의 도시

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미메시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18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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