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이번이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감자 한 알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어지니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그런 게 지나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거나 벙커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희망.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해하는 대신, 좋아지길 기대하며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대신 지금을 잘 살아 보려는 마음가짐.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지나를 닮고 싶었다.
-p5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