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결혼을 하여 가족을 꾸리지 않았지만
나는 태어나면서 이미 한 가족의 구성원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태생부터 정해진 나의 경제적 정신적 울타리가 될 가족은 그리 건강하지 않았다.
가족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건강한 가족의 울타리를 갖지 못했다는건 내게 늘 열등감으로 남았다.
우리 가족의 부모는 모두 삶이 돈과 일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나는 대부분의 결정을 어리석고 미숙한 상태의 선택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나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들이 늘 맘에 차지 않아 슬펐다.
잘하려 하는 마음과 현실은 늘 바글대며 들어맞지 않아서 개인인 나는 행복해지기 어려웠다.
삶이 일 중심으로 돌아가선 안된다란 말은 왕왕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느새 나도 직장에 몸을 담고선 내 삶의 모든 시간에 일에 대한 생각과 걱정이 차올라 막혀내려가지 않았다.
매순간 이렇게 고민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을 하니 나는 불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퇴근을 하면 걱정일랑 떨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건강하게 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더 아프지 않게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