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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화가를 하는 이십대 여성의 세상진출기인데, 작가의 경험담인듯 하다. 지면의 캐릭터를 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감정이 아주 실감난다.
어느 세계든 돈버는곳은 참 아수라도 같다. 우리 부모님의 축산업 초보시절에 완전 반대되는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잘 모르는 우리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한 동종업계 사람들이 가끔 있었다. 경쟁자를 견제하고자 '평일에 힘 뺄것 없이 주말에만 나오면 된다'고 거짓 조언을 하는 스트리트 페인터 속 어느 캐릭터가 참 낯익었다.
만화 후반, 경례동 문화거리에서 자리 탈락자를 면하기 위한 거리화가들의 경쟁을 보며 나는 사실 눈물도 찔끔 났다. 세상 사는 일이 너무 처절한것 같아서 말이다. 주인공의 홍보전단지를 작업장에 걸어놓은 거리 화가들의 의리를 볼때에야 세상에 아름다운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보는내내 어쩐지 아저씨거리화가들이 어린 여학생인 주인공을 견제만 하고 얕보는 느낌이 들었다. 구청직원이 자리 뺄 자원자를 물었을때 자원했다면 얕보인채 끝났을것이다. 순리대로 어린사람이 절박함이 부족하여 양보한 일이 되었을것이다. 아저씨들 못지않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거친세상에 뛰어든 동지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주인공의 양보가 희생이었고, 더욱 고마웠고, 더욱 미안했고,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주인공은 세상속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나는 내가 가보지않은 길을 보여주는 소설이나 만화가 참 좋다. 길거리화가랑 영 상관없는 내가, 길거리화가 세계의 일부를 체험 해 본 느낌이다.
주인공이 갓 나온 세상은 닳고닳은 아저씨들로 인해 꽤 난이도가 높았다. 어렵고 힘들고 불리한 초보가 기죽지 않고 아저씨들 사이에서 당차게 일해나가는 건 내가 꼭 닮고 싶은 굳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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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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