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사실 좋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걸 느끼고 주인공에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인간관계를 바라지 않고 무심하려 하지만 사람들은 제멋대로 마음을 열고 사연을 들려준다. 주인공의 삶에 난입하는 주변인들이 '침입자들'의 정체다.
주인공은 나무 같은 사람이다. 갖가지 사연으로 지친 새들이 찾아온다. 새들은 충분히 쉬었다가 제 갈 길을 떠난다. 나무 역시 그 이상의 관계를 바라지 않는다. 막지 않고, 잡지 않고, 아쉽지 않고, 무심하다.
주인공은 진지한 것을 가벼운 말투로 말한다. 그러고 보니 모든 질문에 다 진지하게 대꾸할 필요는 없구나ㅋㅋ
의미심장한 말을 해놓고, '그거 무슨뜻으로 하는 말이야?' 하고 상대가 물으면 아무뜻도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넘기는 주인공의 방식이 좋아보였다. 과거를 묻는 질문엔 알코올성 치매라고 능청스럽고도 단호하게 회피한다.
그래도 관계는 망가지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좋아한다(?)
예전에 '독서중독자들'이라는 코미디 웹툰을 중반 정도까지 봤는데, 거기 멤버로 나가면 코드가 딱 맞을듯한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하도 책이나 영화 예술 등을 많이 인용하길래 '뭐지 작가의 아는척을 위한 두번째 자아인가' 했는데, 나중에 작가의 말에서 밝히기를 '좋아한 작품들의 오마주' 였다고 한다. 나도 사람들에게 내 취향을 함께 하자고 조르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사니까 이해가 되었다.
표지만 봤을땐 스릴러나 추리소설인 줄 알았다.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과거를 덮으려는 자, 잃어버린 자, 잊으려는 자. 의문의 남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숨막히는 이야기." 라는 소개글이 아주 틀린말은 아닌데, 장르 낚시라는 느낌도 지울수 없다;
초반엔 택배기사의 고된 현실을 폭로하는 리얼리즘 소설인가 했지만 뒤로 갈수록 현실 판타지다. 유치함 속에서도 현실에 대입해 볼만한 주제를 품고있기 때문에 그리 나쁘진 않았다. '사람이 상처로부터 자신을 추스르는 이야기. 옳든 그르든 각자의 길을 찾아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아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곁에서 쉬고 떠났듯이 주인공도 택배 터미널에서 쉬고 떠나는 것이다.
택배 동료가 주인공에게 '행운동은 택배기사가 아니다. 택배일을 진지하게 여기는게 아니라면, 택배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택배를 무시하면서 택배일 하는 사람은 싫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말이 주인공을 돌아가게 만든게 아닐까?
사막에서 집을 지어보려 했지만 도피였을 뿐이다. 슬픔을 시간으로 달랜 뒤엔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결국 육지로 돌아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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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라도 날로 먹고 싶은데 그마저도 꼭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손에 쥔 건 어쩐지 싸구려 같고. 시간에 사기당한 기분이죠. 어떡하겠어요? 그게 멍청함의 대가인것을. 하지만 누굴 탓할 일은 아니죠. 누구도 그리 살라고 등들 떠민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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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어 오브 드래곤'이라는 영화를 봤습니까?"
"모르는 영화에요."
"거기에서 미키 루크가 이런 대사를 하죠. '난 상처받은 영혼이야'. 그걸 듣고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몰라요."
"젠장, 안 그런 영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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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유를 원하죠. 하지만 실제로 자유를 감당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왜인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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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대가는 공포니까요. 생계의 공포. 인간관계에 있어 고립의 공포. 그 공포를 감당하며 살 만큼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흔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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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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