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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국회도, 전경련도, 민주노총도 이 시기가 되면 신년사를 내놓는다. 남북관계, 광주형 일자리, 최저임금 개혁같이 굵직굵직한 화두들을 모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알짜배기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내놓은 신년사에서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반도 새 백주년 위원회(가칭)'을 내놓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지지율 하락을 북한 이슈로 방어해오던 민주당이 또 다른 승부수를 내놓는구나 싶었다.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을 목표로 새로운 백 년을 만든다는 것에서 집권당의 계산이 느껴진다. 명확한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지지 받을 수 없으리라 보는 것은 타당하나, 한 국가 차원만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긴 어렵다. 다가오는 불황을 어떻게 규정하고 버틸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성 없이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재계도, 이뤄질 수 없는 코퍼러티즘에 빠진 노동계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임시정부 헌법은 들여다볼수록 흥미롭다. 3조에서는 "大韓民國의 人民은 男女貴賤及 貧富의 階級이 無하고 一切 平等임"라고 밝혀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과 빈부의 계급 없이 일절 평등함을 정하고 있다. 아마도 좌파의 입김일 것이다. 7조에서는 "大韓民國은 神의 意思에 依하야 建國한 精神을 世界에 發揮하며 進하야 人類의 文化及 平和에 貢獻하기 爲하야 國際聯盟에 加入함"이라 밝힌다. 외교노선의 주장일 것이다.
근현대사에서 이렇게 불안한 공존이 가능했던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2019년에 와서 백 년 전 어떤 노선이 옳았고 옳지 않았는지 평가는 각자에 달린 것이나, 만들고 싶은 미래를 가지고 서로 경합하던 여러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생각해본다. 우리는 만들고 싶은 미래가 있는 걸까. 세계 정상들의 신년사를 보며 중국은 올해로 건국 70주년, 일본은 천왕 즉위년임을 알았다.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인지, 그로부터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할만한 해가 왔다.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는 이런 고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설이다. 일제 강점, 해방과 전쟁, 분단을 거치면서 우리는 우리 역사를 순교자의 역사로 보아온 것 같다. 주인공인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세 여자의 선택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이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의 역사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것일지 고민하게 된다. 잘못되었던 선택이나 옹졸함은 없던 걸까, 신화로만 역사를 남겨도 되는 걸까 고민할 수 있어 즐거웠다.
"맹목적으로 자신을 정의로, 타인을 불의로 설정하는 지점에서 역사의 비극이 싹튼다."
세 여자 2,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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