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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한빛비즈 펴냄
<1>
미용실에서 파마하면서 읽으면 적절할 책.
시간 죽이기엔 적당할지 몰라도, 내 삶에 도움이 될지는...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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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태, 사회, 영화, 문학, 연극, 역사, 경제, 철학, 고전 등
다양한 주제를 현대사회와 엮어 풀어낸 인스턴트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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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에 나열한 주제 가운데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주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부끄럽게도 필자는 최근까지 스스로 ‘나 정도면 적당히 교양 있지’라고 당연한 것처럼 믿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그럴 듯한 근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위에 나열한 주제 가운데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고, 지식 외에도 인격적으로 나 자신이 성숙 하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책 좀 꾸준히 읽었다고 오만함과 자기만족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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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의 비루한 교양수준을 스스로 짐작하디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난 교양 있다’는 환상에 갇혀 있고 싶었고,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책들과도 거리를 뒀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걸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귀찮음을 느낀 나머지 ‘거짓 교양’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이를 믿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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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가려지고 마는 내가 알아야 할 것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그래서 최근 들어 다시, 조금 넓고 조금 깊게 지식을 쌓아보려 한다. (이 책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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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을 타 본 이는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열악한 상황에서 상당한 집중을 요하는 책은 도저히 읽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출퇴근길에도 부담 없이 읽기 좋은 내용들로 구성됐다. 정확히 말하면 생소한 분야들인데도 불구하고 흥미를 갖게 만들 만한 가벼운 주제들을 선정했다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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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하나당 평균 30페이지 내외의 지면만을 사용했고, 그마저도 테마당 다섯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다루다 보니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내용만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집중시간이 짧고 콘텐츠 소비가 빠른 요즘 우리들에게 딱 맞는 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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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적 성격이 강한 책이었다. 마치 테마별로 연사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이끌어 내고, 흥미와 관심이 생겼다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고 알아볼 것을 권하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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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얻길 원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커보였다. 입문서보다 더 얕은 영역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테마별 강연자에 따라 주제 구성도 중구난방식이라 덮고 나면 도대체 뭘 읽고 뭘 배웠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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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새로운 지식들을 큰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인정한다. 이따금 무언가를 배웠다는 지적 만족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이 지식이 정말 내 것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당장 읽을 때는 ‘와~!’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배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반복적으로 읽거나 암기하지 않는 한 금세 까먹을 수밖에 없다. 지대넓얕처럼 주제와 주제 사이에 연관성이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이 책 같은 경우엔 이렇다 할 연관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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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극단적으로 말해 나무위키보다는 학술적일지 몰라도 우리에게 주는 지적만족과 망각의 속도에선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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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권장 독자를 꼽자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갓 성인이 된 사람들 아닐까. 국영수 같은 단조로운 교과목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의 교양지식을 미리 겉핥기 해보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알아보는 데 충분히 유익한 시간이 될 거라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대하에 들어가 필수교양 과목으로 뭘 들을지 고민 중인 대딩들에게는 좋은 길잡이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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