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몬스터 콜스
시본 도우드 외 1명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
<1>
설령 그것이 가혹한 현실이더라도, 때로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
.
<2>
“모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란다.”
.
악몽보다 끔찍한 현실
몬스터보다 무서운 인간
아직 어린아이가 받아들여야 하기엔 너무도 잔혹한 매일. 그럼에도, 이 책은 어린아이라는 이유만으로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듯 싶었다. 그게 실제로 우리 현실이니깐.
.
.
<3>
코너 오말리. 열세 살.
스스로 식사를 차려 먹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못할 건 없지만 이 모든 걸 해내기엔 조금 이른 나이. 그러나 그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말하고 적응해야만 했다. 엄마가 아프니깐.
.
코너는 사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암과 사투하는 엄마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다는 걸. 스스로 해야 하는 생활이 길어질수록 엄마의 죽음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그런 현실을 앞두고, 소년은 그저 모든 게 괜찮고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 뿐이다.
.
.
<4>
“착한 아이야. 네가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구나.”
.
코너는 원래부터 착한 아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착한 아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면 오직 엄마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미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엄마에게 자신마저 또다른 아픔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괜찮다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한편으론 매일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며 어깨를 떨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애가 애일 수 없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어린아이도 어른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갇히게 될 것만 같았다.
.
.
<5>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동정과 무책임한 위로가 때로는 상대에게 모욕이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먼저 뻗을 줄 아는 배려는 분명 중요한 일이나,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상대의 마음의 벽을 무리하게 침범하고 간섭하는 걸 ‘돕고싶다’는 말로 포장하는 건 자기기만일 뿐이다. 진정 상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면 조용히 곁을 지키며, 값싼 동정이 아니라 믿음부터 줄 수 있지 않아야 할까.
.
다만 몬스터가 강조했듯, 불행을 이유로 주변을 평생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선의도 악의도 구분해보려 하지 않고 손을 뻗는 모든 행동을 회의적으로 대하고 거절하게 된다면 언젠가 완전한 고립,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되는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열세 살 아이에겐 잔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지만, 분명 현실에 남겨진 사람이 살아가는 데 나이는 아무런 변명도 이유도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
.
<6>
“필요한 만큼 화를 내도 돼. 아무도 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할 수 없어.”
.
죽음을 앞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은 코너가 마음의 병으로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엄마가 늘 조용히 바라본 주목나무가, 몬스터가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려 한 것 아닐까.
.
.
<7>
나쁘게 말하면 동심파괴 소설. 좋게 말하면 항상 착한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없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우리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이 실린 책.
.
보고 듣는 관점에 따라,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상식에 따라, 사실은 달리 해석되었고 인간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만을 부각하여 보려 했다. 인간의 추한 이기심, 불완전함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0
손효능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