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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의 표지 이미지

공범들의 도시

표창원 외 1명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무조건 다 맞다고
무조건 다 옳다고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정말 이 사회가 이대로 가도 되는 건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이런 말들을 토해내게 하는 것 같다.

나조차도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공범'이라 할 수도 있겠다.

사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마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

책은 2013년에 출간됐는데,
그때와 달라진 거 없는 2019년을 보며
소름이 돋는 건 사실이다.

이젠 '공범'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 저스티스Justice라는 것이 블라인드니스Blindness거든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나라 법원은 눈을 안 가리고 있어요.」

「 ... 그런 시스템 자체,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에게 투자하지만, 사람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모든 것을 갖추어놓은 안정된 경찰 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결국은 옳고 그름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비겁한 관행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그분들이, 저 사람이 훌륭해서라기보다는 저 사람이 별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저 사람이 돼야 우리한테 유리한 것을 알고 있는 거죠.
결국은 그것이 자기를 망치고 자녀를 망친다는 것을 왜 생각을 못하는지 너무 안타까워요...」

「 옳고 그름의 문제는 완전히 도외시하고, 이익이라는 차원에서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 ... 또 하나는 그 피해자의 피해로 인해서 오히려 법도 생기고, 제도도 생겨서 제 2, 제 3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영웅이다.
점진적 노출을 하게 되면서 자기 스스로도 자기가 당한 피해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직면하고,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거죠. 일단은 피해자라는 이름 자체가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거죠.」

「 ... '피해자 이름 부르지 마', 이걸로 끝내버리는 거거든요. 그게 얼마나 잔인한 것입니까? 우리 사회 전체가 대단히 잔인해요.」

「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좀비들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양심이나 생각이란 것이 없이 오직 남은 건 이해관계인 것 같아요.
나에게 이익이 되냐, 이익이 되지 않느냐.」

「 ... 저도 과거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해요.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인들 스스로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점점 겪다 보니까 경찰 내부에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올라가지 못하고,
유력자에게 아부하고, 그들의 청탁이나 받아서 해결하는 사람이 올라간다. 왜 그럴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선행학습이 넘치고, 촌지도 받고, 왜 그럴까.
결국 못된 인간들이 교육감 되고, 교장 되고,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쏟아부은 데 대한 비용 환급을 받으려도 하니까 그런 거죠.
뭘 하나 하나 바꾸려고 해서 바뀔 문제가 아니구나.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고, 올바르게 되고, 가장 정점에 있는 정치권력이 도덕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될 문제구나.
그들의 인성적 도덕성보다는 그들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와 감시 체제,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언론의 자유, 방송·언론의 정치화와 독점화, 폐해가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인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우리는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너무 수직적 계급 관계로 되어 있다 보니까 높은 놈들은 능력이 없고 알지 못해도
자기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수사가 망가지는 제일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계급 높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래요.
자기는 쥐뿔 알지도 못하고, 수사는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야, 이건 면식범 소행이야. 가서 피해자 주변 조사해' 하면
거기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말을 못하는 분위기인 거죠...」
2019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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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a

모두 다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닐테지만,
누구나 제자리 걸음을 할 때가 있다.
나아가는 듯 하지만 힘만 빼고 있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되돌아봐야 한다.
그 때 우리는 그 걸음을 멈춰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잠시 가만히 있어야 한다.

놓친 것이 있을테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을테니,
차마 내 것이라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 있을테니,

어느 순간 그것들의 흔적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잠시 눈을 감고 흔적의 시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마음이 이끌었던가.
생각이 이끌었던가.
아니면 그냥 몸이 움직였던가.

그 끝을, 아니 시작을 찾아가보면
삶은 좀 더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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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a

파과 : 흠집이 난 과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림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
그 무엇에도 기댈 곳이 없이, 기대본 적 없이 살았던 인생.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못했던 인생.
달콤함이라는 분홍빛깔이 끝내 미치지 못했던 인생.

그런 인생이 느닷없이 물들었다.
아주 작은 햇살로 인해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파괴했던, 혹은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순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고 투박하다.
일상의 행복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생은 타인의 의해 삐끗했고, 결국 끝없이 부서져 내린다.
평생 받지 못했던 사랑과 주지 못했던 사랑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미숙한 투정이나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 어설픈 몸짓 속에서, 그들이 지나온 매몰찬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두 인물이 마음 아프게 한다.

작가는 이처런 파편같이 부서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글 속에 각 인물에게 쏟아부은 작가의 깊은 감정들이 오롯이 녹아들어,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가 끝내 긴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된다.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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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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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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