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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난민 되다 (미스핏츠, 동아시아 청년 주거 탐사 르포르타주)의 표지 이미지

청년, 난민 되다

미스핏츠 지음
코난북스 펴냄

대만의 야시장 문화를 좋아한다.
총 4번의 대만여행을 다녀오면서 최근에는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찬식당에도 푹 빠져버렸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이 좋았고, 무엇보다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 덕분에 여행하는 내내 즐거웠다.

대만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아침은 '조찬식당'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영업하는 식당에서 해결한다.
거기에 앉아 먹을 수도 있고, 도시락처럼 포장도 가능하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도시락 용기에 이런저런 반찬을 가득 담아도 3천원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밥과 국은 서비스로 제공된다.

점심이나 저녁도 야시장 등에서 손쉽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스쿠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도시락과 밀크티를 함께 구입해서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만이 워낙 더운 나라이고, 조찬식당과 야시장 문화가 발달해서 외식을 하기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방이나 조리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는 타이베이와 주요 대도시의 경우에는 월세가 워낙 비싼 탓에 큰 집에서 살기가 힘들다.
월 평균 급여가 100만원 내외인 곳에서 한국보다 월세가 비싼 걸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에서 산다는 것은 사치다.

단순히 조찬식당이 많고 야시장이 잘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귀찮아서' 음식을 사먹는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책 속에 소개된 실제 사례를 들면 대만의 부동산 및 주거 상황의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타이베이의 중심이 아닌 외곽에 20평 정도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려면 월 임대료가 98만원 정도 필요하다.
이 사례에 소개된 부부는 친구가 미리 구입해둔 아파트를 대폭 할인 받아서 77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있다.
이 아파트를 구입을 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8억 3천만원이 필요하다. 77만원의 임대료를 매달 주택구입대출금을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바꾸면 90년이 필요하다. 100만원으로 상환금을 올려보면 얼마가 걸릴까? 70년이 필요하다.
먼저 말했듯이 절대 타이베이 중심이 아니다. 한참 외곽이고, 정확히는 타이베이 시가 아닌 신베이 시라는 외곽 도시다.
그럼에도 저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
대만의 대졸자 평균 월 급여는 1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한 사람의 월급을 다 털어넣어도 그 집을 사려면 70년이 걸린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 일을 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아이가 생긴다면 한 사람은 일을 쉬어야 하는 수도 있고, 아이로 인해 추가지출이 생기는 부분까지 생각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집을 구입하기 꺼리는 부부들이 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늘어난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대만 또한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만 외에도 홍콩과 일본의 사례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마지막에는 한국의 청년 주거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내용을 정리해보려 했으나 워낙 답답해져서 관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감정을 넣지 않고 쓸 자신이 없어서 그냥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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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문제를 청년 개개인에게 맡겨두기엔 무리가 많다.
정치가 도와야 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입법을 해야 한다. 강제성을 가지지 않으면,
그저 권고에 불과한 내용을 알아서 지켜주는 '착한 임대인'은 없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면 읽어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벼운 위로를 담은 책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울증세와 무기력에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빌려준 책을 나도 몇 권 읽어봤지만 얕은 공감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힘든 세상 너만 힘든 게 아니니 어떻게든 버티어보자.'
'떡볶이를 먹으면서 버티어보자'
'나만의 소확행을 찾아내보자'

다 의미 없다.
세상 살이는 겁나게 불공평하고, 그걸 고쳐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해낼 수 밖에 없다.
누가 도와주겠는가? 아무도 없다.
그걸 인식하고 출발해야 한다.

이 책에 별점 5개를 매긴 이유는
냉혹한 현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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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쓰레기책 게시물 이미지
읽어서 즐거운 책이 있고
읽어서 불편한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딱 그 하나의 목표를 갖고 쓴 글이다.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지만
복잡하지 않고 명쾌하게 풀어가는 글이다.

현대 자본주의 중심 세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향을 잡을라치면 자본주의에 대한 심도 깊은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저자는 쓰레기를 덜 만드는 방식과 처리방식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기왕 쓰레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재활용률을 아주 높게 올려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쓰레기 양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 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세계 여러 나라의 좋은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독일에서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보증금이 1유로 (약 1300원)
이라 커피 컵을 버릴래야 아까워서 버릴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대만이라는 나라는 재활용률이 여타 나라에 비해 아주 높아서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이 아주 적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본다.
나와 아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도 꽤 많아보인다.
재활용을 매주 1회씩 하는데 플라스틱 생수병과 종이박스 등이 상당히 많다. 그걸 줄여보자.

쓰레기책

이동학 지음
오도스(odos) 펴냄

2020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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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아무튼, 하루키 게시물 이미지
#아무튼하루키
#이지수작가

이 책의 저자만큼인지는 몰라도 나도 하류키의 글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상실의 시대 를 시작으로 그의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 등을 찾아서 읽어나갔다. 그의 글은 읽으면 똑같아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부 한모와 맥주 한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를 보며 나는 두부 한모와 보리차를 마셨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를 보며 나도 매일같이 달린 적도 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음악을 찾아듣고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상상한 적도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지금은 더 이상 그의 글을 찾아읽거나 하진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에게 실망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러다 아무튼 시리즈에서 이 책 제목이 보여 오랜만에 그를 추억하고 그를 동경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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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인 이지수 번역가&작가 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그게 계기가 되어 일본 유학을 2번이나 다녀오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하루키 관련 원서만 80여권 꽂혀있는 걸 본 편집자가 저자에게 하루키를 다뤄보는 책을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루키의 책 한권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 책과 관련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부분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고, 또 어떤 부분은 조금 산으로 가는 느낌이 없지 않나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다만, 정확히 용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페미니즘과 PC에 대해서 애매모호하게 인용을 하는 부분이 잘 읽혀지지 않았다. 책 후반부에 하루키의 책을 읽은 여성 4명이서 하루키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나오는 글도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종종 나왔다.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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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하는 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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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철수 이야기 1 게시물 이미지
잠시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을 다 읽어버렸다.

시골
강아지
할아버지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하천

제목의 철수는 강아지를 뜻한다.
저자의 유년시절은 시골에서 철수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함께였다. 늘 함께 다니고 장난치고 놀고 자고 먹고..

나의 어린 시절과 나와 함께 했던 여러 강아지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새삼 그리워지기도 했고 그들의 부재가 느껴지니 또 가슴 한켠이 아프다.

어느 시골에나 있을 법한 흔한 이야기 속 소년과 강아지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그만큼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유독 외로움이 많이 타는 아이였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는 강아지를 계속 키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중에는 아파서 금방 우리를 떠난 친구도 있었고, 사고가 나서 떠난 친구도 있다. 애교가 넘치고 귀여웠지만 알 수 없는 피부병 때문에 아버지의 구박에 못이겨 엄마가 나 몰래 시장에 내다판 적도 있다. 그 뒤로 한참 강아지와 인연이 없다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친구녀석이 전해준 인표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10년을 함께 했다. 중간에 길에서 데려온 토토도 있었다. 토토가 3년 전 우리를 떠난 걸 마지막으로 더 이상 동물을 키우거나 하진 않는다.
마지막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돌이켜보면 그들 덕에 참 많이 웃었다. 점점 서먹해지는 가족간의 관계에서 인표와 토토는 접착제 역할을 해줬다. 우리 가족이 붙어있을 이유를 만들어줬다.

우울과 무기력을 반복하던 20~30대의 내 곁에 그들이 다가오면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2권도 곧 읽어봐야지.

철수 이야기 1

상수탕 지음
돌베개 펴냄

2020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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