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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 펴냄

얼마나 제주도에 매료되었으면 자기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질 수 있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담지 못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매순간 찍고 싶어 의식주를 해결할 어떤 생계 수단도 없이 카메라만으로 그 긴 세월을 견뎌온 남자. 

내가 아는 작가가 그랬다.

작가로 살 것인가의 고민은 가난을 감당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요즘처럼 풍족한 시대에 상상하기도 힘든 가난 속에 오롯이 자신을 내어놓는다는 건 그것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소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곰팡이 피는 눅눅한 방, 습기 가득한 잠자리, 사계절 냉기 도는 바닥,  부실한 식사는 병을 얻을 수 밖에  없었을 환경이었다.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 쓴 글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읽고 있자니 가슴이 참 먹먹하다. 

 실린 사진 하나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책 전체에 제주도 풍광에 대한 찬사와 그 아름다운 찰나를 사진에 담으려고 했던 열정의 순간들 그리고 이웃들의 따스함이 함께 스며있다.
2019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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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니 우리는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 바로 나 같은 사람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다.
흔히 쓰는 결정장애란 용어도 차별의 언어였고 인종을 소재로 한 개그 속에도 상대를 비하하는 편견이 들어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란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많은 이들이 세상의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관점과 시선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면, 그렇게 그렇게 소외된 자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에서 소신껏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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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가 흥미롭고 자극적이지만 내용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난 책이다.

엄마를 손 여사로 지칭하는 김 작가가 여름 한 달 동안 프랑스에 다녀올 일이 생겼는데 딱 하나 정리하지 못한 게 있다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것은 김 작가가 자식으로 여기는, 그래서 손 여사에게 "미치려거든 곱게 좀 미쳐"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고양이 아담과 바라를 맡기는 일이었다.

어쩌다 정치적 대화를 하게 되면 진보성향 김 작가와의 충돌로 딸을 빨갱이라며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라고 말하는 보수성향 손 여사.
그렇게 정치적으로는 엇갈리더라도 손 여사가 만족할 만한 용돈 협상으로 고양이를 맡기는 김 작가.

손 여사의 캐릭터를 작가답게 잘 묘사한 덕분에 상황이 그려질 정도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중간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형부 이야기는 참 따스했다. 그중 아버지의 임플란트 치료 이야기를 하자면, 형제들이 돈을 모아 일정부분 모이면 그때 해 드리자는 의견에 김 작가는 아버지의 하루와 우리의 하루는 다르다 말하며 곧장 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저마다 다른 하루의 속도! 참 중요한 말이고 새기고 싶은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때론 부모와 자식 간 이해하지 못하는 간극으로 갈등을 겪고 충돌하지만 결국 서로의 적정한 거리를 알아가게 된다. 그게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길이니까. 작가의 말대로 어긋나면 어긋나는 대로, 이어지면 이어진 대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따로 또 같이. 무엇보다 서로의 상식과 합리성과 가치관을 넘어서는 사랑이 있기에. 그렇기에 이 책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지음
걷는사람 펴냄

2020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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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단편 중 '벚꽃새해'와 표제작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올 봄에는 이 두 편만 골라 읽었다. 대부분의 소설은 책을 덮으면 그냥 잊혀지는데 이 두 소설은 또 다시 읽고 싶어 펼치면서 이번엔 수록된 11편을 모두 읽었다.

'벚꽃새해'는 황학동 노인의 사연과 아유타야의 불상머리 이야기가 액자처럼 담겨있고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주인공의 이모가 들려주는 러브스토리가 액자처럼 담겨있다.
'일기예보의 기법'은 주인공이 들려주는 일기예보관인 동생의 이야기이고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한 소설가가 들려주는 암병동에서 만난 노인의 과거 소설인 ' 24번 어금니로 남은 사랑'과 그에 얽힌 못다한 이야기로 소설들 대부분이 흥미진진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11편 중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가장 좋았다. 빗소리를 어떻게 음계로 표현했는지 소설가이자 시인이기에 이런 아름다운 제목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주인공의 이모가 서귀포로 사랑의 도주를 하여 3개월 남짓 살았던 집이 함석지붕 집이었고. 그 집의 빗소리가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에는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는 이모의 말에서 따 온 제목이다. 피아노로 음계를 치면 사월에는 '미', 오월에는 '파', 유월에는 '파#' 칠월에는 '솔', 딱 맞아 떨어진다. 그냥 '도레미파솔라'만 생각했다면 '사월의 미 유월의 솔'이라 했거나 '오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고 했겠지만, 김연수 작가님은 유월에 '파#'을 생각한 것 같다.
바이올린 제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 인구가 나다'라는 소설만 보더라도 작가님은 음악 쪽에도 꽤 조예가 깊으신 듯하다.

올해 읽은 김연수 작가님 책이 4권인데 그 중에 한 권을 꼽으라면 나는 이 책이다.

옛 기억을 통해 각자의 과거를 되짚어 보게 되는 이야기들, 그들이 품고 있던 사랑과 삶의 가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었고 때론 추리소설적인 부분이 곁들어 있어 재미도 있다. 각 소설마다 아프거나 죽은 이가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슬프지도 않다. 무엇보다 11편의 이야기 소재가 다채로워서 더 좋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0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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