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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오래된 책방02)의 표지 이미지

징비록

류성룡 지음
서해문집 펴냄

재조산하. 이 말은 임진왜란 당시에 실의에 빠진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남긴 글귀다. 이 글귀는 지난 2017년 가을, 양진당을 방문한 당시 “재조산하와 징비의 정신을 되새깁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기시는 바람에 다시 유명세를 탔다. 현 대통령도 거론한 이 ‘재조산하’는 나라를 다시 새운다는 말이고 ‘징비’라는 말은, 전에 있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고 삼간다는 뜻이니 어쩌면 지금의 우리나라 형세에 딱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부터 100년, 어쩌면 진작에 털어버렸어야 할 과거의 잘못을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징비록은 극악무도한 왜를 질책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치인들에게 쓴 소리를 하는 책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떻게 백성을 지켜야 하는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지 뼈를 깍는 통탄으로 기록한 글이다. 애초부터 징비록은 회한의 글인 것이다. 무고한 백성들이 죽고, 서민들의 비옥한 살림살이가 피폐하게 됨을 반성하고, 되새기는 글을 물려받고서도 또다시 무고한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고, 살림살이를 피폐하게 방치하는 이들이 여전히 정치를 한다고 앉아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안타까운 마음이야 다 기록할 수 없지만, 내가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징비록을 읽으라고 권하는 까닭은 그 안타까움 에서가 아니다. 류성룡 선생이 남겨놓은 긍정의 이야기들을 후손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승려들을 포함한 의병들, 사비를 털어 군량미를 대던 이들, 목숨을 다해 하나가 되어 싸우던 백성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도 그리 이겨내기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옛날, 호위병들을 굶기고 비를 맞히며 하염없이 걸었던 선조의 피난길은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놓고 대구로 도망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했던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버스비가 얼만지도 모르면서 감정적으로 서민들의 생계를 흔들어놓는 정치인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징비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조선 관료들은 결국 병자호란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이 “재조산하”의 교훈은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 우리가 일본에게 당했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고개를 숙일 것인가? 우리 후손들에게 고개 숙인 호랑이를 물려줄 것인가? 호랑이를 토끼로 둔갑시켜 물려줄 것인가?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 “과거의 피해를 현재에 이어와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더 큰 하나의 소리로 덮어버릴 수는 있지 않을까.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제대로 된 역사를 남겨주고 싶다.

(많이 줄인 글입니다. 원글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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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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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쓰면 뭐 어때? 뜻만 통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굳어지고, 이로 인해 뜻밖의 오해가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은 아나운서를 비롯한 특정 직군이 가져야 하는 자질을 넘어, 개인의 이미지와 사회적 평판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쟁력이자 모든 사람이 평생에 걸쳐 길러야 하는 능력입니다. (p.5)

우리는 매일 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고 듣지만, 사람들은 종종 한국어가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의 소중한 언어는 무척이나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지만,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한다면 배워야 할 것도, 기억해야 할 것도 무척 많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영어는 쉬웠나? 적어도 나에게 영어는 여전히 어렵고, 헷갈리는 언어다. (대체 왜! city와 cat의 c는 분명 같은 c인데 다르게 발음해야 하나?) 하지만 그 어렵고 헷갈리는 영어도 배워야 편하기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배우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소중한 한국어도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도 그래서 태어난 책이 아닐까? 앞서 소개했던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처럼 생활 속에서 틀린 줄도 모르고 사용하는 표현, 상황에 맞는 언어 등을 적절히 소개해주고 사용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더욱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명의 방송, “우리말 나들이”를 방송해온 “MBC 아나운서국”에서 출간한 책이니 더욱 믿음이 갈 뿐 아니라, 재미있고 익숙한 예문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친숙하다.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 습관처럼 굳어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표현, 문해력과 문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표현 등으로 수많은 어휘를 다루고 있다. 또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외래어”도 부록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표현들이 많았다. 부지런히 책을 읽는 것과 우리의 언어를 잘 아는 것은 무척 다르다는 것에 새삼 놀라기도 했고, 우리 언어를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죄책감도 들더라. 하지만 좌절보다는 이 읽기를 계기로 또 한 번 우리의 소중한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앞의 어휘력 편도 그랬지만,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역시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책이기에, 모든 국민이 이 책을 한 번씩 꼭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 아이도 꼭 한번 읽어보고 처음부터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고. 내가 쓰는 말과 글이 사회생활의 경쟁력이 된다는 요즈음. 부디 소통과 공감기술을 끌어올리는 한 끗 차이 문해력 실전서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을 통해 소통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MBC 아나운서국 지음
창비교육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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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모두 나를 믿지 않고 나르시시스트의 말에 현혹된다고 해도 자신을 믿는다. 지금 당장은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 같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보자.

“네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도 나는 흔들리지 않아. 나는 나만의 확실한 목표를 갖고 내 길을 갈 거야.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삶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나를 무조건 믿어 줄 거야. 오직 내 삶에만 집중해서 차근차근 성장할 거야. 나에게는 매 순간이 기쁨이거든. 있지도 않은 거짓말과 나를 고립시키기 위한 이간질로 공격해도 그 공격이 내 가슴에 비수로 꽃히지 않아. 나는 이제 알거든. 네가 겁에 질린 존재라는 것을.” (p.208)


지난 겨울, 수오서재의 『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를 읽으며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그런 일로부터 나를 분리시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쩌면 이번에 읽은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는 그런 마음의 발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는 나르시시르트의 존재인식하기, 나르시시스트의 감정놀음에서 벗어나기, 나르시시스트의 궤변을 받아지는 기술,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나를 지키는 태도 등의 4단계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법』를 통해 그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지키는 법을 풀어낸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법』를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 역시 타인의 감정에 진정한 공감이 결여되어 있고, 공감능력이 있는 척 학습을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나는 타인과의 공존을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며 사는 타입이기에, 공감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기도 하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나르시시스트들이 “나의 감정”만이 중요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섞여 살아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를 꽤 먹다보니 “좋은 게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그것을 분간하는 눈이 이제야 겨우 생겨간다는 게 답답하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법』등을 읽으며 조금씩 성장해갈 수 있음에 다행임을 느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듦을 느끼지만, 그것을 대놓고 기피할 에너지가 없는 분들에게,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법을 배울 수 있도록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법』를 권해본다. 나도 오래도록 “친절한 사람”으로 살아오며 하기 어려웠던 “끊어내기”대신 “나를 지키기”라는 기술을 익히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

오수아 지음
유노북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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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잘 못 먹는 알쓰이지만, 여름이면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마실 생각이 종종 난다. 예전에는 그냥 시원한 맛에 한 두잔을 즐겼는데, 최근 맥주 한번, 막걸리 한번 만들어보고나니 술의 역사나 술의 유래 등을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먹었던 찰나 우연히 만나게 된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

성안당에서 출시된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 사실 처음에는 무슨 술을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공부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고, 모르던 내용이 너무 많아서 금새 훌훌 다 읽었다. 만약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가 너무 두꺼워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훌렁훌렁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사실 나 역시 정독의 마음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를 시작했더니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한번에 다 읽으려 하기보다는 나처럼 식탁 근처에 두고, 어떤 술을 마실 때 조금, 독일과 관련한 책을 읽게 되거나 영상을 보게 될 때 맥주 조금,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관련한 내용을 접할 때 와인 조금- 이런 식으로 읽다보면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마시는 술이 조금 더 풍성하고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일러스트 자체가 무척이나 예쁘고 매력 넘친다. 각각의 술과 관련된 일러스트들이 어찌나 풍성한지 일러스트를 보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때로는 일러스트를 따라 그려보기도 하며 술을 더 깊고, 재미있게 접하게 되었다.

엄마는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며, 무슨 술을 공부까지 하냐고 하셨지만,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를 통해 술을 제대로 알고, 술을 좋아하는 마음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 술을 공부하며 술에 대한 존중의 마음도 조금 생겼달까. 이렇게 다양한 역사,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있는 술을 함부러 마시고 소비할 게 아니라,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이나 분위기에 어울리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술을 대하게 되는 책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또 술을 잘 알고 싶은 분들이여!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를 강력 추천드린다.

초보 드링커를 위한 세상 모든 술 안내서

김성욱 지음
성안당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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