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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접하는 예술작품이란 작가가 그 당시 느꼈을 감정 표현의 결과물이라는 문구가 계속 떠올랐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으로 표출하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가고, 우리는 그가 게워낸 지난 감정의 산물을 보고 있는 거라는...그런 늬앙스로 이해되는 구절. 말하자면 사람들은 작가의 토사물을 제각각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받아 들이고 공감하는 걸테지.
갑자기 예술작품 운운하는 건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너무나 개인적인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준비 안 된 상태로 접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상시 잘 들어주는 청자 스타일이 아니기에 이런 에세이류 또한 질색팔색 하는 걸 수도 있겠다. "당신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라며 늘 철벽방어를 치고 있었지만 플라이북에서 보내 준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고 할까?
그런데 희한하게 읽어 나갈수록 나만의 방법으로 작가의 글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환장할 노릇인거다. 어쩌면 저자는 글을 썼을 당시 환경과 감정에서 벗어나 잘 살고 있을텐데...나는 그가 과거에 썼던 글에 이토록 환호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최근 읽었던 비슷한 책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요상함이란.
나름 그 묘함에 대해 분석해 보자면 저자가 느꼈을 법한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긴 한데...제발 이 어려움에서 작가가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구나라는 바람이 아닐까. 그러면 웬지 나 또한 지금 겪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길텐데라는 동질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예전에 쓴 글 속에 독자인 나를 가둬버린 이 상황이 또 화가 나는거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내 관심사 밖이다. 다만 저자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아니 행복해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손에 넣었기 바란다.
아, 생각해보니 이 책은 LA에서 시카고까지 연결된 66번 국도에 대한 오묘한 환상과 동경심까지 나한테 전염시켰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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