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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30 Days of Diary in America)의 표지 이미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접하는 예술작품이란 작가가 그 당시 느꼈을 감정 표현의 결과물이라는 문구가 계속 떠올랐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으로 표출하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가고, 우리는 그가 게워낸 지난 감정의 산물을 보고 있는 거라는...그런 늬앙스로 이해되는 구절. 말하자면 사람들은 작가의 토사물을 제각각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받아 들이고 공감하는 걸테지.

갑자기 예술작품 운운하는 건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너무나 개인적인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준비 안 된 상태로 접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상시 잘 들어주는 청자 스타일이 아니기에 이런 에세이류 또한 질색팔색 하는 걸 수도 있겠다. "당신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라며 늘 철벽방어를 치고 있었지만 플라이북에서 보내 준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고 할까?

그런데 희한하게 읽어 나갈수록 나만의 방법으로 작가의 글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환장할 노릇인거다. 어쩌면 저자는 글을 썼을 당시 환경과 감정에서 벗어나 잘 살고 있을텐데...나는 그가 과거에 썼던 글에 이토록 환호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최근 읽었던 비슷한 책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요상함이란.

나름 그 묘함에 대해 분석해 보자면 저자가 느꼈을 법한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긴 한데...제발 이 어려움에서 작가가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구나라는 바람이 아닐까. 그러면 웬지 나 또한 지금 겪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길텐데라는 동질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예전에 쓴 글 속에 독자인 나를 가둬버린 이 상황이 또 화가 나는거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내 관심사 밖이다. 다만 저자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아니 행복해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손에 넣었기 바란다.

아, 생각해보니 이 책은 LA에서 시카고까지 연결된 66번 국도에 대한 오묘한 환상과 동경심까지 나한테 전염시켰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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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벨라

@qw8d2fzl4q7y

책 여러 권을 동시다발적으로 읽어대는 통에 제대로 폭격 맞은 책. 결국 해가 지나고 나서야 완독에 성공했다.

작년부터 신문 칼럼을 소재삼아 여전히 필사 연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글 잘쓰기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이왕이면 글도 잘 쓰고 싶다' 정도의 바람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아마도 다급하지 않은 글쓰기 욕심이 한없이 깨작거리며 늘어지는 독서를 하게 했나 싶을 정도로 완독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양한 명언과 함께 저자의 경험이 녹아난 글을 읽다보면 실상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른 책들에서도 이미 언급된 기본 요소들이 여러 이야기 속에 녹아 부드러운 휘핑크림 정도로 스리슬쩍 다가온달까? 딱딱한 문체를 유독 읽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설을 내뱉는 책을 좀 더 선호하는 유형이라 이런 종류의 부드러움은 많이 낯설었다.

다 읽고 나니 이 조그만 크기의 책을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붙들고 있었나 할 정도로 민망해졌다. 책 크기와 두께가 읽어냄의 시간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나도 내 게으름이 창피해진다. 글쓰기의 기본에는 분명 부지런함도 포함되어 있을텐데...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유유 펴냄

2020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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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벨라

@qw8d2fzl4q7y

이거 언제적 플라이북 발송 책이지? 아무튼 올 한 해 중 가장 힘들었던 두 세달 사이에 발송되었던 책이었을게다. 물론 그 이후에 발송해 준 책들도 아직 못 읽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뭐 아예 휴독한 건 아니고 다른 책들을 읽느라 바빴다는 핑계 아닌 핑계.

사실 이 책을 읽고 내 유년기 독서를 책임줘졌던 대문호 톨스토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 때는 그저 유명한 동화작가려니...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세계적인 작가라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던 톨스토이. 거기다 러시아 문학 특유의 길고 비슷한 이름이 주는 '얘가 걘가? 아님 얘는 누구?' 라는 긴가민가 장벽을 한 번 겪고 나서 러시아 문학을 일부러라도 꺼려하긴 했었다. 도대체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뒤로 갔다가 앞으로 다시 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는지...

그 와중에 안톤 체홉 작품에 한동안 미쳐 있었던 건 아이러니긴 하지만. 아무튼 이 책 덕분에 집 책장 속 구석에 밀려져 있던 톨스토이 단편선집을 꺼내놓고 또 안나카레니나까지 읽을 예정이라며 서점에서 사 가지고 온 것도 안 비밀. 귀가 얇은 건 차치하고서라도 눈까지 얇은 걸 이런 면에서는 좋다고 해야 하나?

톨스토이에 관련된 이 책을 읽고 나니 요런 덕질이라면 성공한 게 아닐까?라며 저자가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톨스토이를 찬양하지만은 않아서 더 좋다. 삶이란 게 무엇일까라는 깊은 울림을 톨스토이 문학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또 받아 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라도 톨스토이 문학 버프 혜택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책 속에 언급된 신영복 선생의 '독서는 삼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남달리 다가온다.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 신영복, '서삼독' 중... -

그나저나 플라이북에서 보내 준 밀린 책들을 보니 조금 성급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읽어야겠구나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뭐가 그리 급하겠어. 하하하하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이희인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2019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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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벨라

@qw8d2fzl4q7y

가끔은 책으로 매서운 호통을 당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게으름과 나태함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고 느낄 때 날카로운 문장들로 충격을 받으면 정신이 바짝 들고 또 한동안은 조여진 상태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때때로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모자람이 더 많은 사람이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채찍질을 해 나가고 있다.

우연히 접한 '세네카의 인생론'은 요새 한참이나 풀어진 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전투적인 자세로 혼을 내며 다가왔다.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잊고 마치 엄청나게 시간이 많은 것 마냥 매 순간을 아무 가치없이 보내는 이들을 꾸짖고 값진 인생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알려준다.

'지나간 과거를 쉽게 잊고,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소홀히 하며, 미래의 시간을 두려워 하는 자들의 인생은 짧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철학을 통해서 역사적으로 위대한 현인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더욱 소중히 보내라는 진심어린 충고에 또 한 번 흐트러진 마음을 다독인다.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얼마만큼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솟아 오르는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

아무래도 '세네카의 인생론'을 옆에 두고 종종 펼쳐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세네카의 인생론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메이트북스 펴냄

읽었어요
2019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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