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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입니다

진민영 지음
책읽는고양이 펴냄

읽었어요
p26~예민하고 민감하다.

내향인으로 살면서 가장 좋으면서도 괴로운 점은 바로 극도의 예민함이다. 예민함의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내향인들은 대체로 민감성을 공유한 다섯 가지 감각이 아주 잘 살아 있다.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자극이 되고 때론 고통이 되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인지 놀라울 정도로 둔감한 세상에 당황스럽다. 모든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다보니, 나는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하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데 세상은 나와 같지 않다. 이럴 때 허탈감을 느낀다. 상식과 개념이 없는 몰지각한 행동에 분노할 때도 있다. 번번히 불쾌감을 느끼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예민함은 외부의 작은 반응과 변화에도 큰 자극으로 느끼게 한다. 소음에도 민감하고 타인의 언행, 몸짓, 말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길거리에 아무렇지 않게 나뒹구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을 볼 때나 휴지,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고 바닥에 침을 찍찍 뱉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보행자 도로를 질주한다는지, 좁을 골목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를 보면 노골적으로 얼굴에 불쾌함이 묻어난다. 식당에서도 듣기 거북한 주제를 두고 자신의 안방인 듯 마냥 떠드는 사람들이 있으면 화가 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다. 스스로에게도 지나치게 엄격하여 혼자 있을 때조차 높은 도덕적 자질을 요구한다. 도덕 규범을 철저하게 지키는 이유는 어쩌면 피해 보고 싶지 않아서다. 황금률처럼 내가 준수한 만큼 타인의 존중과 배려를 약속받고 싶어서 말이다. 자극에 둔감하고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다. 같은 상황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곳이 정말이지 같은 세상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누군가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하루 종일 그 감정 속에 뺘져 침울함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해 괴로워한다. 주위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스스로를 그 상황으로부터 잘분리시키지 못하기 대문이다. 나를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곱씹고 또 곱씹어 상처가 두 배, 세 배가 되도록 키웠던 적도 있다. 슬픔, 기쁨, 감동을 더 강렬하고 진하게 느끼는 만큼 상처를 받으면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걸린다. 상처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의 깊이를 남들보다 더 강하게 느낀다. 벅찬 감동이 시도 때도 없이 파도처럼 일상을 덮쳐와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감정에 쉽게 휩쓸려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황홀경에 젖어 흥분 상태가 지속돼 쉽게 피곤해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이유도 나의 감성이 나조차 감당 안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나마 해소하지 않으면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다. 웬만해서는 웃어넘기는 평범한 농담이나 조롱 섞인 장난도 내게는 관계 자체에 제동을 걸기도 할 정도다. 가끔은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너무 괴로워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 도시의 복잡함에 질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매일매일 버틴 적도 잇다. 소리에도 매우 민감해서 버스를 탈 때마다 기사 아저씨가 난폭하게 운전을 하거나 경적을 울리고 욕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주시하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을 유독 좋아하는데 비 자체에 애착도 있지만, 비가 소리 방음제 역할을 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들기때문이다. 나는 못 보는 영화도 많다. 특히 슬픈 역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잘 못 본다. 영화의 내용과등장 인물으 말투, 표정이 하루 종일 나를 지배하고 압도한다. '동주'와 '귀향'을 볼 수 없었다. '연평해전'을 보고 트라우마에 가까운 하루를 보냈고, '변호인'도 훙증이 몇주간 계속됐다. 뻔하디 뻔한 로맨스 영화도, 신파에 가까운 가족 영화 한  편에도 다음날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눈물을 쏟아낸다. <센서티브>의 저자 일자 샌드는 "민감성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내면이 복잡한 만큼 풍요롭고, 타인의 감정에 동화된 만큼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만큼 높은 도덕성과 자아 발전 원동력을 가졌다. 뛰어난 관찰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높은 감수성과 생각 덕분에 내향적인 사람들의 내면 세계에는 이성을 넘어서는 풍부함과 예술이나 창작으로 승화되는 좋은 재료가 다채롭게 존재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관점을 달리하면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곧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예민하고 까칠해서 섬세한 글이 나오고, 내향적이라서 자기 계발에 집요하게 매달릴 수 있다. 어찌 보면 장단점이 아니라 하나의 특질일 뿐이다. 나는 이제 민감성과 예민함을 더는 감추거나 둔감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예민할 때는 예민한 모습 그대로 행동한다. 지독하게 민감한 나의 성향을 오히려 키우고 태워서 연료로 사용한다. 둔감한 사람들의 삶이 편해 보인다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더 이상 그들이 부럽거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둔감한만큼 감동고 감상도 깊이가 다르다. 내가 가진 민감성은 나에게 충만감을 맛보게 하고, 사소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안다. 벅차오르는 가동으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고민을 꺼내놓으며 남과 나누는 사람이 있고, 혼자만의 세상에 깊이 들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혼자가 편했다. 혼자 해결해야 조금씩 답이 보였다. 고민을 가득 안고 집에 와 펼쳐놓고 하나하나 뜯어보고 생각하고 울고 정리하고 글로도 만들어보고 질문하는 과정이 내게는 베스트였다. 그래야 비로소 쌓인 감정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곱씹고 또 곱씹으며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조금씩 나를 치유한다. 정답은 자신의 감정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고, 기분이 나아지고 씩씩해졌다면 그게 정답이다.

-침묵과 고독이야말로 내게 진정한 휴식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야 조금씩 바닥났던 에너지가 차오른다.

-침묵의 시간에 나는 누구보다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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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 즐거운 일들을 하나씩 잃어 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이다.

P22. 고요하고 어두운 방에 누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음
민음사 펴냄

2019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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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나는 송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거나 내 품에 안겨 잘 때 슬프면서도 행복하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프고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서 행복하다. 그러니까 내가 송이를 바라볼 땐 언제나 슬픔이 먼저고 그다음이 행복인데 송이도 그랬으면 하는 것. 송이가 자신을 바라볼 때 처음엔 좀 슬프더라도 마지막은 좋았으면 하는 것....
그게 내 유일한 바람이다.

P25. 나는 남들처럼 괴롭지 않은 이유가
어쩌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P38. 지난날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밤. 그날들은 지나갔고 다른 날들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에 잠시 안도했던 적이 있었으나 어쩌면 그 사실이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모든 날들을 비슷하게 만들며 살고 싶었다.
나 혼자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P87.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P88.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
무리해서 뭔가를 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것이 싫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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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테-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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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알아?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야.
하루를 못 벌면 그다음 하루는 굶는 인생이라고.
죽는 건 하나도 안 가여워.
사는 게, 살아 있다는 게 지랄맞은 거지."

P164. 벨기에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나 같은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나 역시 입양된 가정에서 늘 방황했고 합당한 애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성장하는 내내 내가 누구인지 몰라 혼란스러웠고,
사실은 지금도 종종 그렇습니다.
입양은 버려진 나를 구원해 주었지만,
동시에 나의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박탈해
가기도 했으니까요.

P241.나는 그 소란이 좋았다.

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민음사 펴냄

2019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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