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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두 번은 그냥 덮어버렸던 책이다. 그러다가 아르바이트 하면서 읽을 만한 가벼운 ( 정말 말 그대로 무게가 가벼운 ) 책을 찾다가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앞뒤 문장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눈의 고장이었다." 이 문장은 선명하다. 시마무라가 요코의 아련한 목소리를 듣고 내내 유리창에 반사되는 요코의 모습을 보고 있던 장면이 묘사되겠지. 이때까지는 무척이나 추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만나고부턴, 사방이 흰 눈으로 덮여 '설국'으로 불리우는 곳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왜일까? 아직은 앳된 고마코의 솔직하고 꾸밈 없는 표현들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나랑 또랜데 문장도 짧고 어눌한 것 같아 의아하기도 했는데 고마코만의 순수함에 사로잡혔다. 시마무라가 고마코에게 어느 누구도 이름 붙이지 못할 어떠한 감정을 느낀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한권만으로도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빛과 색채, 소리를 묘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보인다. 정말 예민하다. 그만큼 첨예하고 섬세한 묘사들이 독자를 오묘하고 황홀한 감정에 빠지게 한다. 특히 색을 묘사하는 부분에선 읽는 내내 감탄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사실 결말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워서 작품 해설까지 꼼꼼하게 읽어봤는데 해설에서도 결말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페이지의 상하좌우 여백을 엄청 넓게 줘서 호흡이 짧은 게 처음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왜 이렇게 편집을 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감각을 표현하는 부분에선 여러 가지 색들이 보이지만 반대로 어떤 부분은 무채색을 띄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 길어지면 지루하거나 잘 읽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소 차가운 책의 제목에 양장본으로 했으면 무거워 보여서 손이 안 갈 것 같은데 무선제본으로 나온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어디서 추천 받아서 산 것 같긴 한데 어떤 경로로 이 책을 알게 됐는지는 아직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좋은 책을 또 하나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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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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