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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
김은숙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이미 드라마로 봤지만 이렇게 책으로 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몽글몽글해지는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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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꼭 구하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남자친구도 꼭 생기게 해주세요.”
- 메밀꽃의 꽃말 중
활짝 피어난 메밀꽃 같았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아이가 그랬다. 사랑한다는 말이 귓가를 울려서 도깨비는 화가 났다. 도깨비 신부가 아니니 현재를 살라고 했는데, 사랑한다고 쉽게도 말하고 있었다. 939년을 살았다. 이제 18년 산 아이 하나 어쩌지 못할 건 없었는데, 사랑해요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또 한 번 반복되어서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 사랑해요 중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 소년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지. 보통의 사람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거든. 마치 기적을 맡겨놓은 것처럼. 그런데 그는 삶을 스스로 바꿨다. 그래서 항상 그의 삶을 응원했지.”
- 호우주의보 중
그때 멀리서 ‘아저씨’ 하고 저를 부르는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깨비는 시선을 들어 건너편을 보았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은탁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동차들 사이로 은탁의 모습이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은탁이 뛰듯이 걸어왔다. 한 발, 한 발, 은탁의 발걸음이 내디뎌지면 횡단보도의 흰 선이 빨간 선으로 바뀌었다. 잠시 놀란 눈을 하다 은탁은 이내 걸음을 계속했다. 레드카펫 같았다. 도깨비 신부에게 어울리는. 마법 같은 순간을 은탁은 건너고 있었다.
그의 시간이 아주 느려지다 멈추었다. 세상이 멈추었다. 분수대의 물방울들도 점점이 허공에 박혔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아이도 멈추었다. 도깨비의 숨이 내쉬어졌다.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오시의 햇빛 중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사랑받고 있는 거예요. 진짜로.”
- 찬란한 순간 중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날이 좋아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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