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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는 내내 박진감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낀 책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물론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보니 후반부가 너무 급하게 전개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읽다 보면 “왜?”라는 질문이 둥둥 떠다닌다. 왜 시신들을 절단하여 봉제인형으로 만들었는지, 범인은 어떤 사람인지, 범인이 이렇게 된 데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등등. 그런데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언급 없이 만악의 근원이 된 주인공의 정신적 고통과 인간적 고뇌에 너무나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줄거리에 대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매력적이지만, 그마저도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요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그 행위의 잔혹성과 피해자의 울분에 상응하는 처벌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실제로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행위는 법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응당하다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이 책은 범인보다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주인공에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공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해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은 경시된 느낌이다. 그래서 더 반감이 들었다. 본질적으로 선하지만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주인공을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 것인가?
이렇듯 추리소설로는 여러 의문점과 아쉬움을 남긴 책이지만, 나름의 재미는 있었기 때문에 시간 때울 때 읽어보면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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