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부끄럼 많은 생을 보낸 한 인간의 이야기. 이야기는 주인공 ‘요조’가 27살 인생을 돌이켜보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작성한 세 권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 자체는 얇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참 무거워 곱씹으며 읽는 시간이 길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요조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자격에 맞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정말 답답함도 느꼈고, 그와 동시에 연민도 느꼈다. 비록 이 정도의 자아비판(어쩌면 이를 넘어서는 자기혐오)을 경험하지 못한 나였지만, 요조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연민하며 읽었다. 이는 요조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고, 미움받지 않으려 필사의 힘을 다한 것이 인간이라는 자격을 갖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면모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요조가 끝내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낸’ 데에는 요조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둔 것도 있지만, 그를 포용할 수 있는 인연이 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조는 자신의 도덕적 기준이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나 높았고, 타인에 대해 지나칠 만큼 공포심이 강해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해왔다.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요조. 그 기대감은 곤두박질치며 자신이 부러워하던 무구한 신뢰심이 죄가 되냐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타인의 도덕적 흠결을 찾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결국 아무와도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한 채 고립되어가는 한 개인의 이야기로, 자신을 믿지 못한 채 타인에게 의존하여 살아가는 삶이 무너지는 과정과 그런 인간 정신의 나약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5
김유진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