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인류
전문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에세이는 어떨까?
대한민국 1호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의 첫 에세이 '사소한 인류'는
그런 이유에서 책이 오기를 무척 기다렸다.
사실 고인류학? 인류학은 궁금한 분야이지만 딱딱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자가 쓴 에세이라니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가 글에 스며들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일상의 많은 부분에 전문적인 박식함이 스며들어 책 속 이야기가
나에게는 신선한 학문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키우는 '개' 이야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개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킬 때 손가락을 보지 않고
그 대상을 보면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유일한 동물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개와 늑대는 종 분화가 아직도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지금도 늑대와 개를 교배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개는 스물 여덟 개의 젖니에서 두 달 만에 42개의 영구치를 가지게 된다.
젖니보다 수적으로 크기 면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영구치 덕분에 개의 턱은
길고 깊어진다고 한다.
개의 이빨 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고인류학은 처음부터 과학에 뿌리를 둔 학문이다.
인간의 조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체 해부학에서 다루는
현대인의 몸만 알아서는 안되며 인간이 되기 전
침팬지와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수백 만 년 전
조상의 모습이 어떠했을지도 알아야 된다.
나는 이미 EBS 방송에서 이상희 교수가 침팬지와 사람 등의
해골을 손으로 들고 '인류의 시작'이란 주제로 강연하던 영상을 보았기에
책을 읽으면서 방송처럼 본인의 삶 전반에 자신이 연구하는
고인류학을 이입해서 설명하는 저자를 상상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각에 있어서 후각의 중요성도 다시 인지했다.
특정 냄새가 즉각적으로 기억을 자극해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에서 우리네 인간에게
가장 후진 감각인 후각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후각은 깊은 기억을 관장하는 일에도 관여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냄새는 순식간에 수면 위로 불러낸다.
저자는 미국이란 거대 사회에서 소수민족 아시아인으로 특히 여성으로
겪었던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여자다웠던 순간을 기록한다.
"여자다움은 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중 가부장제가 원하는 몇 얼굴만이 여자다움으로 포장되어 왔을 뿐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모든 여자다움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함께 살기 더 좋은 곳이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길 바라나?
사람들은 다양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표현한다.
100을 가지고 있는데 50만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50만 가졌는데 100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그런데 인사 고과에서는 100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승진한다고 한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여성의 경력 지속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아기가 나온 다음 엄마의 삶에 확신을 줄 수 없다면
저출생 해결은 요원한 일이다.
모성 본이란 없다."
우정과 사랑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 아니라는 것,
사랑은 차라리 우정의 한 형태로 우정이나 협동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이타성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이타성은 20세기 진화론에서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기라고 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본인의 이야기 속에
저자 특유의 연구 분야에 의한 이야기가 스며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의미 없이 쓰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의 바램대로
독자들은 삶의 연륜을 통해 경험한 지혜와 함께
그녀가 간직한 지식도 함께 얻게 된다.
사소한 일은 어떤 색의 렌즈를 끼고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그 렌즈의 뒤에는 자신과 자신의 눈이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일상의 다양한 주제로 모아 거대 담론으로 이끌어내는
이상희 교수에게 존경을 표한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새로움을 알았고
삶의 지혜도 함께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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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과 같은 결을 지닌 여성들의 이야기라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커리어와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 중인 여성들, 특히 등대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마음이 표류 중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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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윤가은]
📖 윤가은 감독의 리더십은 주도권을 쥐고 갈등을 잘 다스려 자기 쪽으로 끌고 오는 방식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리더십 중 그가 택한 방법론은 대화와 경청에 있다. 이 방법론은 십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현장에서 협업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p.23)
흔히, 재능이 충분하다면 사람들이 알아봐 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남의 인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기 쉽다. 하지만, 누구도 내 일에 확신을 주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 확신을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행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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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전주연]
📖 “직업을 정하거나 바꿀 때 전공을 살리려고들 하는데, 잘하는 걸 했을 때 얻는 성취감도 있지만 몰랐던 일을 하면서 얻는 재미는 또 달라요. 사람은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내니까 이 일을 하면서 긴 시간을 보내도 행복할지가 중 요하죠. 그 확신은 좋아하는 일만큼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다고 생각했어요." (p.106)
실력을 인정받고 역할이 커지고 말에 힘이 실리면서 더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된다. 일이 주는, 일 이상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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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세랑]
📖 정세랑의 여자들은 낙원에 살지 않는다. 그들이 존재하는 소설을 읽는 독자가 되는 일은, 낙원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버틸 연대자들을 찾는다는 뜻이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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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 엄윤미]
📖 "투자 기준이 몇 가지 있어요. 하나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변화에 도움이 되는 실험일까? 그리고 일하는 사람을 많이 봐요. 처음에는 실험 자체에 끌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투자를 계속하다 보니까 모든 실험에는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는 거예요.(웃음) 그때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그 고비를 넘기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을 본다는 말뜻도 달라졌어요. 예전에 는 리더를 많이 봤다면 이제는 팀을 눈여겨봐요.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의 생각도 진화해 온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보는 것은 확산성이 있는가인데요. 당장은 어설퍼도 성장 할 수 있는지를 봐요. 확산성이 있으려면 실험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더라고요." (p.142~143)
📖 "팀을 꾸리고 싶어서 팀을 꾸리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팀을 꾸리잖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이 어떤 모습, 어떤 기준, 어떤 철학으로 펼쳐질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들이 조직의 대표 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대표의 힘든 점들을 상쇄하는 큰 특징이 아닐까요? 내가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 론 시장에서 자본을 얻어 내는 것도 대표의 일이기 때문에 마음먹은 것이 100프로 내 마음대로 된다는 것도 허상이겠지만, 그 기준선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이 주는 만족감이 있죠. 따라가면서 욕하는 건 쉽죠. 의사 결정을 하고, 최전선에서 그걸 관철하는 일이 어려워요."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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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류학자 이상희]
📖 "내 관념 속 학자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한 우물만 파는 조선 시대식이 더라고요. 그 틀에 나를 끼워 넣지 않기로 결심하니까, 이거 좋아, 할 만해, 싶더라고요. 물론, 지루한 일 80퍼센트죠. 그럼에도 오래하는 비밀은, 심드렁함이에요.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것에는 반대해요.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은 누구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삶의 목표는 아니겠지만." (p.180)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틀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죠. 저 사람은 진심으로 말하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 팩트 체크를 해서 맞았더라도, 그것만 맞을 수도 있다는 끊임없는 의심. 따라서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과도 언제든 이별 할 수 있는 심드렁함이 필요해요." (p.184)
인터뷰집이면서 부제가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라는 글귀가 훅 다가왔다.
7명의 인터뷰어들 중 이름을 들어봤던 이도 있고, 더 어린 연배의 인물로 자신의 자리를 구축해나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이야기 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기본적인 맥락은 그녀들이 스스로 잘나서 잘 되었다는 자화자찬의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서 서술한 이야기들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혹은 보통의 관점에서는 단점으로 생각되어지는 부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방향성에 좋은 방향으로 접목시키는 부분들이 바뀐 시대와 생각들의 흐름들이 읽혀졌다.
윤가은 감독편에서는 보통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리더십과는 다르지만 그 다름을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같이 녹여내는 모습이 다양한 사고와 틀이 인정되어지는 사회로 가고 있는 한 켠이 보여서 기뻤다.
바리스타 전주연 편에서는 수면시간 이외에 온전히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있었던 것이 싱글이기에 가능한다는 인식에서는 너무나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분야의 리더들이 여성이 여전히 적을 수 밖에 없는 부분에서도 일과 가정의 함께 가는 부분이 쉽지 않음이 보여진다.
정세랑 작가는편은 그녀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연대의식이라는 부분에서 곰감과 응원을 함께헸다.
경영인 엄윤미 편에서는 남성중심의 리더들의 이야기에 익숙했던 서사에서 여성 리더로서의 궤적과 현재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이 분야을 꿈꾸는 후배 여성들에게 좋은 좌표점으로 보여진다.
고인류학자 이상희편에서는 무심한듯 끈기있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가는 땀과 눈물의 빵이야기를 툭하니 던지듯 이야기 하지만 그녀만의 뚝심이 느껴져서 무언가를 이루어도 이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편에서는 매스컴에서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역할을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계속 노출시키면서 사람들의 의식을 환기시키는 그녀의 신념과 의식성에 멋진 여성 리더가 한 명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정치계의 콜에도 자신의 사명감에 더 따르는 그 의식과 삶의 모습이 멋지게 다가온다.
재밌다는 평이 워낙 많아 선뜻 펼치기 힘든 책의 제목을 물리치고 읽어봤다.
정말 재미있는 과학책. 교수님의 재치있는 말투에 웃으면서 읽었다.
정말 재미있는 지은 소제목으로는 글의 내용을 예측하기 힘든데 소제목만 보고 이번엔 무슨 내용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엥 이런 내용이라니 하면서 놀라기도 한다고 정말 힘들었다ㅋㅋㅋㅋ
내가 학생 때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현재 학계의 연구 상황이 꽤나 달랐는데 정보가 업데이트 돼서 행복했다. 지식이 쌓이는 느낌. 고인류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니까. 물론 11~12년에 연재된 내용을 15년에 묶어낸 책이라 21년의 상황과는 또 다르겠지만 정말 흥미로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