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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typeface
Review content 1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199972452 📃 마침내 마흔일곱의 나이에 그는 그에게 종종 즐거움을 주는, 행복하고 꽤 유머러스한 착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의 쉰 살 생일날을 자신에게 자살을 허용해도 되는 날로 잡아 놓은 것이다. 그날엔 그날 기분에 따라서 비상 출구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자유라고 그는 자신과 합의했다. 이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병에 걸리든, 가난해지든, 고통과 참담함을 경험하든 상관없다. 모든 것에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까. 📃 그는 고도의 개성화 때문에 시민이 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성화가 고도로 진행되면, 개성은 자아에 반역하고 나아가 자아를 파괴하려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그는 성자 쪽으로도 탕아 쪽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어딘가 허약한 구석이 있어서 혹은 게으르기 때문에 자유롭고 거친 세계로 도약할 수 없고 시민 사회라는 무겁고 버거우면서도 포근한 별에 사로잡혀 있다. 📃 그러나 실제로 어떤 자아도, 그것이 아무리 소박한 것이라 해도, 하나의 통일체가 아니라 지극히 다양한 세계, 별들이 빛나는 작은 하늘, 형식과 단계와 상태들의 혼돈, 유산과 가능성의 카오스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혼돈을 통일체로 보고, 자아가 마치 확고한 형태와 분명한 윤곽을 지닌 소박한 현상인 양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 그리고 가면이 벗겨지고 이상이 무너질 때면 언제나 그에 앞서 나에게 엄습한 것은, 지금 또다시 겪고 있는 바와 같은 이 무시무시한 공허와 적막감, 이 끔찍한 위축 상태, 사랑받지 못하고 절망한 자의 이 텅 비고 황량한 지옥이었다. 📃 삶이 그렇게 동요할 때마다 끝에 무언가를 얻었다는 것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자유, 정신, 깊이 같은 것이었고 또한 고독,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냉정함 같은 것이었다. 📃 자살이 어리석고 비겁하고 초라한 일이고, 명예롭지 못하고 치욕스러운 비상구라 할지라도 이 고통의 물레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떤 출구라도, 그것이 아주 굴욕적인 출구라도,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이다. 📃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나에게는 목적도 계획도 의무도 없었다. 인생은 지독히도 쓴맛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끓어오르던 구역질이 절정에 달하는 것을, 삶이 나를 내던지고 튕겨 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나는 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했다. 절망감과 소심함 사이의 싸움에서 오늘은 어쩌면 소심함이 승리할지 몰라도, 내일 또 매일 새로운 절망이 내 앞에 맞서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자기 경멸에 의해 고조된 절망이. 📃 당신의 투쟁이 아무런 성과가 없으리란 걸 당신이 알고 있다 해도, 당신의 삶은 천박하고 무미건조해지지 않아. 하리, 당신이 어떤 훌륭한 이상을 위해 싸우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훨씬 더 천박해. 이상이란 것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 우리 인간은 죽음을 없애기 위해 사는 건가? 아니,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런 다음 다시 죽음을 사랑하기 위해 사는 거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보잘것없는 인생도 어느 순간 그렇게 아름답게 불타오르는 거고. 📃 당신은 이 단순하고 쾌적하고 사소한 것들에 만족하는 요즘 세상에 살기에는 너무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이 많아. 그래서 이 세상이 당신을 밖으로 내쫓아 버린 거야. 📃 나는 약간 흐릿하고 얼룩진 거울에서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 속으로 파고드는 자의 모습, 격렬하게 활동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내면을 가진 자의 모습이었다. 그건 나였다. 하리 할러였다. 이 하리의 내면에 있는 황야의 이리였다. 아름답고 소심한, 그러나 길을 잃고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는 이리, 때론 악의에 찬, 때론 슬픔에 젖은 눈을 반짝거리는 이리였다. 📃 언젠가는 체스 말 놀이를 더 잘할 수 있겠지. 언젠가는 웃음을 배우게 되겠지. 파블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차르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야의 이리 (세계문학전집 67)

황야의 이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민음사
1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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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yidonghee
1. 범인이 예상한 인물 중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오히려 싱거웠다. 범인의 동기가 단순한 쾌락만이라는 점, 그리고 본인이 심어놓은 엉성한 혼동요소를 경찰이 믿어줄거라는 어리숙함은 문제는 매력적인 악역으로서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 느낌이다. 2. 일본소설이나 영화는 왜 자꾸 나이많은 남성과 젊은 여성을 서로 사랑의 상대로 연결시키려고 할까? 그냥 동경이나 존경의 대상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 같은 파트너의 격을 오히려 시덥잖은 관계로 만든 느낌이다. 일본 사회의 분위기나 연예인들의 결혼을 보며 그런 모습이 이상적이라는 남성들의 바람이 있는건가. 아니면 젊은 여성들이 성숙한 남성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지. 나이많은 여성과 젊은 남성을 연결시키려는 소설은 옛날 도쿄 타워 말고 잘 못봤던거 같은데.. 작가의 욕망을 드러낸 느낌이다. 3. 결과적으로 홍보에 대성공한 반전에 대한 결과를 보면서, 엥 이게뭐지? 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전체를 뒤흔드는 반전이라더니 그냥 여러 살인 사건중에 '이건 이사람이 따로 한거지롱, 예상 못했지'하는 느낌이어서, 전체 맥락속에 왜 굳이 이사람이 희생되었고, 그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죽은 사람의 직전의 반응은 왜 그런건지 이해가 안된다. 결론적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하면 평타를 쳐도 만족이 안된다.
소문

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은이), 권일영 (옮긴이)
모모
3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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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느님

@readie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 모음집이었습니다. 때로는 결말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또 반전으로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이에요. 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경험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어요. 책을 읽을 때마다 사랑이나 그리움의 감정 따위에는 크게 동요하지도 몰입하지도 않는 편인데-오히려 지겨워하는 편이라고도 하겠어요-동물과 관련된 내용은 왜 이렇게나 항상 나를 약하게 만드는지.. 갑작스럽게 우리 고양이가 보고싶어져 펑펑 울다 정신을 차려보니 금새 완독해버린.. 작품이네요.!
[예스리커버] 트로피컬 나이트

[예스리커버]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한겨레출판
5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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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miriju4k
130. 우리 모두가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듯이, 모든 인간의 신체는 다소 많은 양의 아메르튐을 지니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병은 환자가 허약해져 있을 경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아메르의 경우, 발병 원인은 사람들이 흔히 '현실’ 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외부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침투해 들어올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세우려 하는 사람들은 🌱외부 세계- 모르는 사람, 낯선 장소,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방어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정작 내부 세계는 방치해둔다. 바로 그 틈을 타서 아메르튐이 내부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메르튐(이고르 박사가 즐겨 부르는 식으로 하자면, 비트리올) 의 🌱주표적은 의지였다.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은 차츰차츰 모든 욕망을 상실하게 되고,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만다.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줄 높은 벽들을 쌓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버렸기 때문이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내적인 발전마저도 한정시켜버린 것이다. 그들은 계속 직장에 나가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교통이 막힌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자식들을 낳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조금의 내적 동요도 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므로. 아메르튐에 의한 중독이 가져다 주는 폐해는 증오, 사랑, 절망, 열광, 호기심 같은 정열들 역시 모습을 감춘다는 데 있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메르는 더이상 아무런 욕망도 느낄 수 없었다.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았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reading
~204p/ 303p
5달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