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방아를 찧을 때 큰 부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엉덩이처럼, 인생에도 시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엉덩이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작더라도, 일상 속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건네준다.
모두가 찾는 희귀한 네잎클로버가 아니라, 흔하디흔한 세잎클로버를 보고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치관. 바로 그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 것 같다.
📖
P. 118
청춘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아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누른 후, 아이는 남은 87개의 건반 중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요. 너무 많은 건반, 너무 많은 검은 색과 하얀 색, 너무 많은 화음, 너무 많은 가능성.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사실 하나도 읽을 수 없는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모른 채 손가락에 힘을 주지도 풀지도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 바로 청춘의 얼굴. 안 쓰러워서 사랑스러운, 그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뿐인 우리.
P. 121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마르지 말자. 바스러지 지 말자. 이 긴 밤, 이 긴 인생, 너와 나의 조촐한 약속.
P. 207
Game Over의 뜻이 뭔지 알아?
뭐래. 새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서귤 지음
arte(아르테) 펴냄
0
논리와 직관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양계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특정 학문에만 지나치게 기울어진 한국 교육 현실을 떠올리면,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꽤나 촌철살인처럼 다가온다. 편협한 사고와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는 더 다양한 도구와 관점을 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P. 129
지식적인 도구들을 익히는 데 무한한 시간을 들일 수 없음에, 우리는 주로 청소년기나 청년기를 거치면서 평생을 살아갈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교육이 우리의 세상을 보는 눈을 재한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지식적 도구들을 나누어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문 발달도 정치의 역사 흐름을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학문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도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학문 안에서는 주로 정해진 도구로 진리를 탐구하게 됩니다. 그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특정 학문 내의 사람들은 진리를 부분적으로 보게 됩니다.
읽었어요
1
한때는 터무니없다며 비웃음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진실로 밝혀진 주장들을 따라가다 보니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지식 역시 누군가의 집요한 의심과 용기에서 출발했음을 이 책은 차분히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끝까지 질문을 놓지 않았던 태도였다. 다수의 반대와 조롱 속에서도 자신의 관찰과 논리를 믿었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과학사를 넘어, 일상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까지 확장된다.
황당함과 통찰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깝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쉽게 단정 짓던 나의 시선부터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이상해 보일지라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조금씩 다른 답을 내어준다는 걸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