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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의 표지 이미지

유진과 유진

이금이 지음
푸른책들 펴냄

읽었어요
유치원 시절 원장에게 끔찍한 성추행을 당한 두 소녀, 작은유진과 큰유진이 있다.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부모님들은 다르게 반응했고 두 아이는 다르게 자랐다.
이 소설에서는 성추행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성장 과정에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상처들을 받게 마련인데(성추행이나 성폭력 경험은 쉬쉬해서 그렇지 정말 흔하다) 그 상처를 어떻게 대해야 또다른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답을 찾게 해준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잘 읽혀서 하루 저녁, 하루 오전 사이에 다 읽었다. 사춘기 소녀들의 고민, 우정, 사랑이 아주 예뻐 보인다. 주변에 유진이들이 있다면 예쁘다고, 자라느라 수고한다고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2022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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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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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보라 작가는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빌어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다. 이전에 읽었던 《저주토끼》와 《그녀를 보았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는데 시야를 더 넓혀서 바닷속까지 들여다보았다. 그곳엔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가 있었다.

모두 여섯 편의 연작 소설이 실려 있는데 첫 번째 소설인 <문어>에서는 대학에서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안' 문제로 시위를 하던 위원장님을 방문했다가 복도에서 마주친 거대 문어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일에 휩쓸리게 된다. 일이 일어나는 모든 장면이 블랙 코메디.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이상하다가 웃다가 화가 났다가 또 웃게 된다.

가장 좋았던 한 편을 꼽자면 네 번째 소설 <개복치>로, 그 중 가장 밝은 소설이다. 주인공은 곱디곱게 자란 11세 소년이고 아버지와 잠수함 여행을 떠났다가 신기한 모험(고생?)을 하게 된다. 모험 뒤에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좋았다.

마지막 소설은 <고래>. 포항 구룡포 계단과 용 아홉 마리 조각상이 있는 장소가 중요하게 나오는데 몇 해 전 좋은 기억으로 다녀왔기에 내겐 더 특별했다. 반면 이 좋은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너무나 무거운 후쿠시마 원전 폐수 해양 투기를 주제로 한다. 특히 작가가 정권을 직접적으로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장들이 있어서 얼마나 이 일에 분노하고 있는지 짐작이 갔다. 처음 바다에 오염수를 폐기하던 그날, 우린 얼마나 분노했었는지. 그런데 지금 우린 또 그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

매번 크고작은 사건들을 일일이 기억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잊지 말라고 종을 울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폐수를 몰래 내버리고 누군가는 화물을 과하게 실어나르다 사고를 낼 테고 누군가는 공사비를 빼돌려 건물과 다리가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우리 삶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망가져버릴지도 모르니까. 정보라 작가는 모두를 위해 경종을 울려 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투쟁.

'바다는 우리의 것. 우리가 지켜야 한다.' (253쪽)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읽었어요
38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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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여러 대에 걸쳐 물려받은 특별한 능력 - 신이 구하라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 - 은 외할머니에겐 기적이었고, 어머니에겐 고통이었다. 주인공인 목화는 히어로 아닌 히어로 같은 이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등이 일어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단 하나뿐인 삶이기 때문에 운명을 수긍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프롤로그엔 나무들 이야기가 나오기에 자연을 다룬 책인가, 생각했다가 1장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 이야기가 나오기에 옛날 민담 같은 이야긴가, 했다가 그 뒤로도 쭉쭉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서사인데 예상치 못한 인물과 사건들이 자꾸 나와서 전혀 단조로울 틈이 없이 흥미있게 읽었다.

신기한 사건들과는 별개로 또 얼마나 많은 죽음들이 나오는지, 수많은 죽음을 보고 있자니 우울해질 정도다. 이 수많은 죽음들 중에서 신이 명령한 단 한 사람의 목숨만 구하는 것이 주인공의 임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축복일까 아니면 그외의 죽음을 보고도 어찌 할 수가 없으니 저주일까.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는데 난 어떤 자세로 이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1. 운명을 알려고 애쓰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인다.
2. 가까운 이들의 도움으로 운명에 저항하며 살아간다.
3. 치열하게 고민해서 운명을 끝내 수용한다.

'돌진하는 죽음을 피할 방법은 기적뿐이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111쪽)

"여기 있잖아."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148쪽)

'내가 원하는 삶은 바로 지금의 삶이다. ... 후회없이 기쁨을 누리고 사랑할 것이다." (238쪽)


현재를 살아가자.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Here and Now. Carpe Diem.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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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어릴 적 가족과 여행갈 때
"어머, 저기 봐봐. 너무 예쁘네."
하고 엄마가 말씀하셔도 그닥 감흥이 없었는데
이젠 남편과 함께 이룬 내 가족과 여행할 때면 내가 먼저
"얘들아, 저기 봐봐. 예쁘다!"
한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명 있는 것들이 다 아름다워보이게 된 걸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도 한다.
자세히 보면 참으로 많은 생물들이 유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무 뿌리들은 다른 종끼리도 땅 속에서 서로 엉겨 유기물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튼튼하게 서 있을 수 있어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른 것은 꿀벌이 엉뚱한 꽃으로 날아가 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자연의 지혜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젠 날이 좋아 산에 올랐는데 신록의 푸르름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찾아갈 때마다 매번 다른 옷을 입는다. 그뿐이랴. 맑은 산새 소리, 꽃향기, 땀을 식히는 부드러운 바람. 게다가 걷다 쉴 때 마시는 아이스커피의 맛도 집에서와 다르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나들이 코스다. 늘 새로움을 보여주는 숲은 기분전환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오늘도 산행을 핬다. 날이 풀리니 슬슬 벌레들도 꼬물거리기 시작한다. 벌레도 자연의 일부분일 뿐. 너무 미워만은 말자.

숲의 언어

남영화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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