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다시금 미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또 지금까지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집어든 것도 그런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도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흔히들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풍부한 자원, 이민자 중심의 개방적인 시스템 등을 그 비결로 꼽지만, 나는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은 바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은 태생부터 다양한 민족이 모인 나라였다. 종교나 사상의 차이뿐 아니라 피부색과 문화, 언어까지 전혀 다른 집단들이 한 국가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정하며 살아왔다. 이 갈등의 역사 속에서 미국은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수용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던진 질문, “지금의 미국은 과연 로마 제국과 닮았는가?“라는 물음에는 나 역시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다. 전성기의 로마는 이미 다양성을 잃어버린, 경직되고 고인 제국이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유동적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갖춘 나라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국은 여전히 단일민족 국가로서 다양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이민자 유입이 점차 불가피해지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아직 타자에 대한 관용(tolerance)이 낮고, 새로운 갈등을 조정해 본 경험도 많지 않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다양한 외부 인력과 문화에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갈등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갈등을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현재의 우리는 다양성을 잃은 로마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단순히 ‘강대국’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충돌하며 만들어 온 긴 역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 미국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우리는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
이상 빵 먹으러가야겠다
미국사
손세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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