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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인터넷 혁명의 순간들)의 표지 이미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정지훈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전작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통해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정보통신 산업의 역사를 풀어갔던 저자는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통해 70여 년에 이르는 인터넷의 역사를 철학과 가치, 기술과 산업의 측면에서 아우른다. 서문에서 밝혔듯 책은 인터넷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개론서를 목적하고 쓰여졌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반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분석하는 책은 많지만 인터넷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속에 숨은 가치를 조명하는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 이 책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책은 인터넷의 역사를 복원하고 꿰어 설명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이 어떤 사상적 토대 위에서 발전해왔는지 설명하고 그로부터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본 정신을 끄집어내며 당면한 문제들을 넘어 바람직한 미래상까지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인터넷은 자유와 공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초창기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 네트워크를 묶는 인터넷이 만들어졌으며 웹의 시대가 열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유와 공유의 정신은 인터넷 세계의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이 공간엔 독점과 통제의 야욕이 상존했으나 그에 맞서 싸운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대단히 가치 있는 기술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를 꽁꽁 숨겨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하고 확산시켰다. 그들의 공통점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가치를 나누어 가지기를 바랐다는 점이다. 이들이 추구한 가치는 커뮤니티에 접근하는 양이나 질을 측정해서 어떤 이득을 취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집단지성으로 꽃피우는 커뮤니티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인터넷은 이런 철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거대한 세계였다.' - 서문 중에서
2023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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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유명한 시구를 나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순간에 떠올린다. 캄보디아에서 온 31살 여성 누온 속행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죽었을 때,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현장에 돼지머리가 놓였을 때,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때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가 긴급체포돼 123회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그침을 당했을 때, 올해 1분기에만 20명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단 통계를 찾아냈을 때. 나는 나와, 내 이웃과, 내 나라가 다른 누구의 일생을 존중하며 맞이하고 있는가를 의심한다.

소설은 반세기 전 독일의 한국 노동자들과 오늘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그 시절 한국 노동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 한국땅의 이주노동자에게도 귀한 마음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도록 한다.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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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마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난 체제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봉건사회의 완성형은, 소수의 사디스트와 다수의 마조히스트로 구성된 것'이라는 통찰은 이를 냉철히 되짚어 반성한 적 없는 모든 사회에서 폭력과 존엄의 훼손이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알도록 한다.

잔혹하고 처절한 묘사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잔혹을 수단 삼아 인간의 극한에 다가선다. 잔혹함을, 또 폭력을 그대로 그를 비판하기 위한 창작의 장치로 활용하는 선택이 천재적이다. 폭력이 짙어질수록 폭력에 대한 비판 또한 강렬해지는 이 영리한 설정은 그를 부담스럽게 여겨온 이마저 일거에 감탄케 한다.

이로부터 일본에도 제 역사를 처절하게 반성하는 작가가 있었단 걸 알았다. 이로부터 봉건질서를 지나온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걸 깨우쳤다. 봉건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압제는 마땅히 그를 지나온 모두로부터 통렬히 비판되고 반성돼야 하는 것이다.

시구루이 1

야마구치 타카유키 외 1명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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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영 작가의 데뷔작으로 원나라 침입에 맞선 고려의 무장이 실은 현재로부터의 시간여행을 한 고등학생이라는 상상으로부터 흥미롭게 빚어낸 작품이다. 요즘 또 유행하는 전형적 회귀물이지만 당대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원나라 침입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을 적극 버무린 픽션의 결합. 그 결과물이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판타지적 사극으로 귀결됐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려의 박서 장군이 살리타가 이끌던 원나라 군대를 귀주에서 격파하고, 재차 처들어온 살리타를 승장 김윤후가 처인성에서 사살한 건 의미 있는 전공임에도 널리 알려지진 못한 사실이었다. 노미영 작가는 역사책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사건으로부터 매력적인 드라마를 뽑아냈고 이것으로 이 만화가 생명력을 얻었다.

매력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흥미로운 구성, 자기색깔이 분명한 필치까지 압도적이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좋았다.

살례탑 1

노미영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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