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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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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의 표지 이미지

위대한 생존

레이첼 서스만 지음
윌북 펴냄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보다 주변 일들에서 심오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08년에 그린란드에서 고고학자 마틴 아펠트의 연구팀과 함께 낚시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배가 고팠고 고기를 낚아 저녁으로 먹을 참이었다. 바다에는 커다란 송어가 가득해서 인간이 퍼지기 전 지구의 모습을 보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물을 던졌더니 곧바로 두 마리가 잡혔다. 고고학자들은 한술 더 떠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아펠트는 단번에 송어 한 마리를 바위 쪽으로 몰아 건져 올렸다. 그리고 나를 부르더니 물고기를 먹으려면 그것을 죽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먹거리에 대한 내 원칙을 시험하는 말이었다. 나는 10대부터 20대까지 엄격한 채식주의자였지만 몸이 안 좋아진 이후 해산물을 먹게 됐다.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는 (그리고 죽이지 않을) 것은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는데 물고기는 죽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런가? 아니면 그렇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가? 이를 시험할 상황이 온 것이다. 나는 돌로 송어 대가리를 서툴게 두 번 가격했다. 그리고 아펠트가 마무리를 했다.

머리로만 믿던 신념을 실제로 시험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 경험을 겪는 곳이 낯선 곳일 수는 있지만, 이후 그 경험은 계속해서 나와 함께하게 된다.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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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표면에 가려진 이면, 즉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옳은 길로 가면 부러지고 부서져서 끝끝내 목표에 이를 수 없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누구보다 험난한 상황 가운데서 정도로 지극한 지점에 이른 사내가 먼저 살아갔던 것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아 있는 것이, 또 전 국민이 그의 이름 석 자를 알고, 광화문 복판에서 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희망이라 믿는다. 그로부터 나는 결심한다. 남은 생 가운데 부끄러움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운이 좋아 쓰임을 얻는다면 장군이 그러했듯 죽을힘을 다해 정성스럽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김종대 (지은이) 지음
가디언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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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성장은 그것이 성장인 줄도 모르고 이뤄진다.

너의 어제를 노래하며

최참치 지음
모두의책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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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goldstarsky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을 오래 겪었다는 고백, 불운하고 불행했던 가정사며 성장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찍 결혼했다 일찍 이혼을 한 과거, 좋아하는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된 건강, 제 어머니에 대해 '엄마만 없다면'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던 애증의 감정 등이 여러 글 가운데 반복하여 등장한다.

보통이라면 꽁꽁 감추고 싶었을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꺼내어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이 저자에게 치유며 안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글이란 그렇게 타인이 해주지 못하는 위로를 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글이 나오지만 특별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친구와 사랑과 관계 같은 것들이다. 책에는 거듭하여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저와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 동류라는 동질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간절히 찾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가 간절하게 느껴져서 애처롭다.

<보통의 존재>가 보여주는 이석원은 한없이 보통의 존재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누구는 그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내가 그렇듯 그와는 도대체 단 하나의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할지도 모른다.

취향, 가치관, 태도, 기질이며 성격까지 나와 이토록 다르다는 안도가 든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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