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은행나무 펴냄

유쾌한 필치로 써내려간 일본 1950년대생의 20대 이야기. 그네들의 청춘이 우리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듯 실감나게 다가온다. 나고야에서 재수를 위해 도쿄로 상경한 히사오 다무라를 주인공 삼아 그의 온갖 처음들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처음 여자를 알고, 상경해 낯선 도시에 적응하고, 자퇴 후 직장생활에 치이고, 선배가 되어 미숙한 이들과 마주하고, 결혼과 가정이란 삶의 다음단계에 압박을 느끼고, 독립해 차린 회사에선 그야말로 좌충우돌, 정신없는 나날이다. 열여덟부터 스물아홉까지, 흐릿한 꿈과 닥쳐오는 현실 사이 표류하듯 어찌어찌 항진하는 다무라의 이야기가 반 세기 시차가 무색하게 오늘의 나에게 닿아온다.

스물아홉이 됐으나 아직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 이, 결혼을 앞에 두고 꿈이 사라진 듯하여 울듯한 기분인 친구, 아내가 임신했다며 제겐 더는 여유가 없다는 녀석까지 그들의 베첼러파티가 나의 동창회마냥 친숙하다. 그 사이 베를린장벽은 무너지고 역사는 흘러가는데, 나는 정말 무엇이 될 수 있으려나.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생애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그렇게 표현한대도 틀렸다 말할 이가 많지는 않을 거다. 한 세기가 넘어 살아남은 글은 그의 저작을 고전이라 불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겠거니.

본래 '세계문학전집'에 속한 것을 편집자를 바꾸어 글과 그림 약간을 더하고 표지만 갈이해 새로 내놓은 게 이 책이다. 가독성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번역에 손볼 곳이 있었을 테지만 건드리지 않고 새로 펴낸 태도가 민음사의 안이함을 알도록 한다.

카프카는 침잠하는 이다. 문제를 외부세계가 아닌 저 자신으로부터 찾는다. 꼭 그렇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까지 그리하는 게 좋은 태도처럼 보이진 않는다만 오지랖 넓은 독자의 평일 뿐이다.

서너편의 글은 읽을만 하였다. 불행처럼 다가오는 책이 필요하단 것과 책은 얼어붙은 호수를 깨는 도끼여야 한단 대목이 특히. 나머지는 그저 그런 일기 수준. 카프카가 원고를 태우라 한 이유를 알겠다.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 지음
민음사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저자가 겪은 실패와 상실, 그로부터 비롯된 고통의 순간이 빼곡하다. 이대로 살아서 무얼하나 싶을 만큼 절망적인 순간도 없지 않지만, 저자는 끝끝내 저의 생을 지키고 그 생을 가꿔내는데 성공한다. 즐거워 하고 가엾어 하며 실망하고 슬퍼하는 삶의 모든 곡절들이 하나하나 글과 이야기가 되었음을, 또 고단한 작업 속에 이야기를 갈고 닦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을 그녀가 얼마나 가치 있게 여겼는지를 이 책이 말한다.

한편으로 때때로 떠올려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글귀 또한 얻었는데, 다음과 같다.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 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151p

아무래도 박완서의 글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지은이) 지음
세계사 펴냄

2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교육은 사회의 정체성인 동시에 지향을 드러낸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주된 창구이며, 백년지대계로써 국가를 먹여 살릴 인재를 길러내는 수단이다. 한국 교육체계가 대학입학을 목표로 막대한 재정과 노력을 들이붓고 있는 가운데 그 효용과 폐해를 짚어보는 건 의미 깊은 일일 테다.

실린 세 편의 글은 각기 저자를 달리해 대학교가 처한 세 가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한다. 처음 건 기업화하는 대학의 문제를, 다음 것은 학벌주의의 폐해를, 마지막은 학생회의 위기를 말한다.

읽다보면 대학이 차지하는 위상이 범접할 수 없는 한국에서 그 기능에 대해 논하는 일이 얼마 없단 게 당혹스럽다. 그러나 여기 직접 스스로의 위기를 논하는 청년 저자들이 있는 것이다. 대학의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며 대안을 논하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희망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

김창인 외 2명 지음
들녘 펴냄

3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