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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청년백수 선원이 되어 전 세계를 유랑하다)의 표지 이미지

스물 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김연식 지음
예담 펴냄

다만 아쉬운 건 눈에 밟히는 위선적 자기미화와 마음에 들지 않은 동료에 대한 지나친 혹평이 아닐까. 책을 읽은 이들의 평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과 다른 길을 선택한 동기를 크로마뇽인이라 칭하며 우스꽝스럽고 무능력하게 묘사한 부분,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다른 태도에 대한 공격적 표현 등은 민감한 독자에게 불편함을 자아낼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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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몇 개의 차이만으로 <애린 왕자>의 독자는 <어린 왕자>와는 전혀 다른 감흥을 받는다. 심지어는 주인공과 그가 만난 어린 왕자의 성격이며 분위기, 인상까지가 전혀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다. 이를 보다보면 아마도 프랑스와 한국, 미국과 일본, 독일과 체코에서 소설 속 인물을 전혀 다른 성격으로 상상할 수 있겠구나, 아마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언어란 그만큼 힘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애린 왕자>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같은 작품임에도 전혀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언어가 가진 힘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읽기 전엔 다다르지 못했던 감상을 겪는다는 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는 뜻이니, 이 짧은 소설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그저 생텍쥐페리가 의도한 것 그 이상이라 해도 좋겠다.

애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은이), 최현애 (옮긴이) 지음
이팝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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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의외의 자살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 자체보다는 소설이 반영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있다. 원룸이며 고시원 같은 단칸방에 살며 수년씩의 노력을 들인 끝에 공무원이나 사기업 취업을 이루는 세대의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가. 그렇게 얻어낸 일자리가 제 정체성이며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또 얼마나 흔하게 보았던가.

평등과 평화, 독립과 민주 같은 온갖 대단한 구호들은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오로지 나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갖는 것이 삶의 격인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심지어 세상은 이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기까지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서 남보다 조금 안정된 직장을 얻고, 조금 더 나은 수입을 얻는 것으로 삶을 소모해도 좋은가를 소설은 거듭하여 묻는다. 온갖 굉장한 것들의 상실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꿈을 저도 모르는 새 작게 만든다는 문제의식도 분명한 생명력이 있다.

그리하여 대단함을 이룰 수 없는 청년의 삶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는 소설 속 물음을 되묻게 한다. 누구도 가치를 말하지 않는 이 세상 안에서 가치를 잃어버린 세상이야말로 무가치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건 얼마나 놀라운 자세인가.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못되지만 <표백>이 여태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분류되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테다.

표백

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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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산업계가 음식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고발한다. 그로부터 먹거리를 선택한다고 여겨져 온 소비자들이 실은 먹는 것에 중독되어 왔음을, 그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책은 소비자와 담배업체 간 소송전으로 시작하여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식품군을 지나, 펩시코와 크래프트, 네슬레 등 굴지의 가공식품업체 이야기까지 망라한다.

우선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이 처음부터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중독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00만 년 동안 음식중독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자 생존의 근간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음식중독이 인간에게 문제가 된 건 고작 최근 40여년의 일일 뿐이다. 차이는 단 한 가지, 음식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책이 묘사하는 가공식품업계의 발전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맛의 이상적 지점을 찾고, 다음에도 그 제품을 고르도록 유인하며,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맛만 다른 유사제품을 출시한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분표시를 잘 보이지 않게 하거나, 더 건강한 식품인 듯 상상하도록 이끌고, 1회제공량이란 불명확한 용어를 활용하여 저항감을 낮추기도 한다. 과학자를 고용하여 제게 유리한 연구를 거듭하고, 법률가를 통해 장래의 소송전에 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치다.

책은 과다한 설탕 사용부터 합성감미료로의 대체를 가공식품업계가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변해버린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고 과감하게 고리를 끊는 것이 음식중독의 해악에서 탈피하는 길이라고도 적는다.

섬세한 진단과 치밀한 분석에 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원론적이어서 아쉬움을 안긴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눈앞의 음식에 쏠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먹는 이 스스로 제가 먹는 것에 투철해지라는 일침이다. 결국 제 몸을 책임지는 건 저 자신이란 뜻이다.

음식 중독

마이클 모스 지음
민음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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