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것을, 그러나 잊어 가야 하는 삶을 생각한다. 그 불행 또한 사랑이 가져온 결과라면 사랑이란 과연 좋은 것일까. 하지만 제롬이라면 다시 돌아간대도, 엇갈리고 괴로운 사랑일지라도 사랑을 고르고야 말 테다. 나라고 다를까.
사랑은 관계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소설에서처럼 서로를 더욱 불행케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랑은 상대가 아닌 감정을 향하고, 또 어느 사랑은 상대도 감정도 아닌 관계 그 자체만 위하는 때문이겠다. 그리하여 사랑이 참으로 좋은 것을 이루는 역사는 좁은 문으로 들어서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
엇갈리는 마음들의 이야기가 <나는 솔로>의 시대엔 영 시시하게 보이지만, 거기 출연할 용기따위 없는 나로서는 겸손하게 읽을 밖에. 세상에 짝을 두는 일이란 얼마나 소중한가를 실감하며, 좁은 문이고 넓은 문이고 일단 지나가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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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비운의 천재 누가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났더라면 그 운명이 완전히 달라졌으리라고 즐겨 이야기된다. 그 차이를 빚는 것이 무엇인가. 문화다. 그 문화에 사람이 사는 땅, 기후며 지형이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교육은 지리와 역사의 관계성을 무시한다. 한반도 역사를 자랑스레 펼쳐내기 위하여선 삼국시대 한강 유역 쟁탈전 이후로는 도저히 지리를 끼워 말할 수가 없다는 것, 나는 이를 그 이유라 짐작한다.
앞서 서양을 다룬 저자가 이번엔 동양 전 지역을 아우른다. 중국과 그를 둘러싼 국가들, 한국과 일본,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드넓은 세계를 지리를 무기로 종횡무진 오간다.
다만 아쉬운 건 이곳에선 이리 된 것이 어찌하여 저곳에선 저리 되느냔 것. 그 차이를 빚는 지점에 역사의 묘미가 있는데, 지리에 사로잡혀 묘미에 닿지 못하는 시야가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더 나아질 다음 책을 나는 또한 기대하게 된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한영준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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