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하는 태도며 환자들의 사연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제 가족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이들이 있고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하루라도 더 살려 발버둥치는 이들과 제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암을 이겨낸 이들과 이겨냈으나 세상 가운데 차별과 마주하는 이들이 있다. 그 면면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언젠가 찾아올 저와 제 가족의 죽음을, 또 그를 대하는 저의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제일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얕은 점은 아쉽다. 다루는 문제 하나하나가 자본과 제도와 의료체계에 긴밀히 엮여 사회적 의미가 큼에도 책은 간략한 언급 이상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의사로서 병원이며 의료체계, 직역집단과 갖는 이해관계 때문이겠으나 부작용이 톡톡 튀어나오는 오늘의 한국이라면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았나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책은 의미가 분명하다. 암병동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독자에게 충실히 전달하여 제게 아직 닥치지 않았으나 반드시 오고야 말 순간을 예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연명의료에 대한 입장은 가족 단위에서 미리 고민해볼 사안으로, 실제 닥치고 난 뒤에 고민하기엔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때로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도록 이끈다. 나는 이 책이 독자를 더 충실한 삶으로 이끌리라 믿는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지은이) 지음
흐름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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