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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은이), 김병욱 (옮긴이) 지음
여름언덕 펴냄

제목이 무척 도전적이다. 어떻게 책을 읽지 않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반감부터 드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꽤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그렇다. 그러니 저자의 말,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처음엔 그 경계에서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몰라 꽤나 헤맸고 결국 읽으면서 메모를 시작했으며 뒤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낸 책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으로 남았다.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첫 장에선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와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분류는 저자가 계속해서 책을 설명해 나가는 중 언급된 책에도 자신의 표시가 더해짐으로써 읽지 않거나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에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그럼 도대체 정독한 책은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책을 잘 읽었어도 시간이 흐르면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리고 대강의 흐름과 책의 관념만 남기 때문에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가 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두에게 알려진 책에 대한 이미지나 설명을 "집단 도서관"으로 설명하고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내적 변화를 "내면의 도서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갖게되는 여러 생각을 "잠재적 도서관"으로 이야기하면서 결국 처음 작가가 쓴 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책 자체는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책이다. 특히 좋은 책이든 좋지 않은 책이든 내게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으며 그 과정을 통해 걸러진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면의 도서관을 통해 각자 다른 식의 책으로 남고 집단 간의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해 무한히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잘 생각해 보니 이미 그런 방식들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진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집단 도서관을 통해서이다. 또한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도서관을 통해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책 모두가 내게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다. 각자의 내면의 도서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몇 년 전 김영하북클럽 대상 책이었다. 중고로 구입해 놓고 이렇게 몇 년을 보낸 후 이제야 읽었는데, 아마 그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절대 손에도 대지 않았을 책이어서 무척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름언덕 출판사의 패러독스 01번 책인데 그야말로 생각의 전환을 일깨우는 책이었다.
2024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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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나 <복자에게>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작가, 김금희. 왠지 나는 한국 문학에 잘 손이 가질 않는 습관 때문에 신간보다 한참 지난 책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최근 계속해서 약진하고 있는 한국 여성 문학에 박수를 보내고 있던 독자로서 또 한 권 읽어본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언급해서 유행했던 소설. 또 한 타임 지나서~^^ 어려운 소설이 끝난 후 가볍게 읽어볼 소설로 선택. 읽을 책을 고를 때 대강 누가 언급했다던가, 어디서 유명해졌다든가 정도는 알지만 내용은 항상 모른 채 읽게되는 나의 습성으로 인해 그저 읽기 쉽겠지, 재밌겠지~라는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곧 심각해지는 내용으로 잠깐 멈칫, 그럼에도 가독성으로 감방 읽어버렸다.



딱 생각했던 만큼 좋았던 소설이다. 창경국 내 대온실의 수리보고서를 맡게 된 영두가 자신의 어린 시절 속 장소와 맞닥뜨리게 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156~157p



성인이 되어 겪는 어려움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 나만의 가치관과 방법들이 생겨난 이후일 테니까. 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어려움, 상처, 구멍은 잘 메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성장소설들이 많은가 보다. 우리는 그 상처들을 계속 들여다보며 조금씩 돌보고 고름을 짜냈다가 연고를 발랐다가 하면서 계속해서 돌봐야 한다. 그 상처를,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평생 나 자신을 괴롭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엉망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영두와 은혜의 딸 산하의 관계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또한 문자 할머니의 사연이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 역사와 현실, 아이와 성인 사이의 이야기를 아주 잘 버무려 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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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1918년 36세부터 1941년 59세 죽기 나흘 전까지 썼던 일기 26권 중 사후 남편이 책과 관련된 부분만 모아서 출간한 <A Writer's Diary>를 번역한 책이다. 무려 611페이지의 책이라 한꺼번에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내용을 구상하고 그 구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설이나 에세이로 씌여지고, 출간되고 그 이후 자신의 책에 대한 평단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한권 한권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서 동시에 <울프 일기>를 구석구석 함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울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울프 일기>를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말 천재였구나...싶다. 때때로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그것들을 그렇게 그냥 써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새로운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하지만 여성이 비하받던 시절이고 너무나 뛰어난 이 여성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남성들에 의해 헐뜯어지고 그 반응에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울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조금 여유로울 수는 없었을까 싶다가도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버티고 살았을까 싶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마지막 유서...를 읽고 나면 그 안타까움에 정점을 찍는다.

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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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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