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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 2

정지아 지음
필맥 펴냄

읽었어요
2부에선 여성 빨치산이었던 이옥남의 생애가 주된 이야기다.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해방 이후 여맹지도자가 되었다가 잔인하게 탄압하는 서북청년단을 피해 산으로 들어갔다. 쫓겨났던 빈집에 들어가 아기를 낳은 이후로 처절하고 고난한 생활이 쉼없이 이어진다.
지리산, 낙동강, 양양, 덕유산, 다시 지리산을 다 헤집으며 쫓고 쫓기는 빨치산들의 투쟁이 전개되는데 여자 몸으로 어찌 버텼을까 싶기도 하고 전투 속에서 여성들의 생활은 이러했구나, 하고 새로 알기도 했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간구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대한민국이 지금 이나마 복지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이들이 내린 뿌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뭐가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알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이 좌익을 얼마나 가혹하게 탄압했었는가와 좌익은 정말 정신력으로 철통같이 무장한 투사였다는 점이다.

이들의 해묵은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정치권은 갈등을 악용하여 표를 모은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좌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빨갱이', '북한 간첩'으로 매도하는 태도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미국 대학에서 일어난 반유대주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였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시위대를 '나치의 반유대주의적 흥분 상태'라 규정했다. 이 나라나 저 나라나 예나 지금이나 반대 세력을 억누르는 데엔 꼬리표 붙이기만한 것이 없는 모양이다. 이렇게 선동하는 측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지는 않은 걸까.

민주주의가 투표권을 행사해서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방식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국민은 비판적으로 권력자의 주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열린 자세로 많이 배우고 알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된 적대적 감정은 뒤로 했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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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에 걸쳐 물려받은 특별한 능력 - 신이 구하라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 - 은 외할머니에겐 기적이었고, 어머니에겐 고통이었다. 주인공인 목화는 히어로 아닌 히어로 같은 이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등이 일어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단 하나뿐인 삶이기 때문에 운명을 수긍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프롤로그엔 나무들 이야기가 나오기에 자연을 다룬 책인가, 생각했다가 1장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 이야기가 나오기에 옛날 민담 같은 이야긴가, 했다가 그 뒤로도 쭉쭉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서사인데 예상치 못한 인물과 사건들이 자꾸 나와서 전혀 단조로울 틈이 없이 흥미있게 읽었다.

신기한 사건들과는 별개로 또 얼마나 많은 죽음들이 나오는지, 수많은 죽음을 보고 있자니 우울해질 정도다. 이 수많은 죽음들 중에서 신이 명령한 단 한 사람의 목숨만 구하는 것이 주인공의 임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축복일까 아니면 그외의 죽음을 보고도 어찌 할 수가 없으니 저주일까.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는데 난 어떤 자세로 이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1. 운명을 알려고 애쓰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인다.
2. 가까운 이들의 도움으로 운명에 저항하며 살아간다.
3. 치열하게 고민해서 운명을 끝내 수용한다.

'돌진하는 죽음을 피할 방법은 기적뿐이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111쪽)

"여기 있잖아."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148쪽)

'내가 원하는 삶은 바로 지금의 삶이다. ... 후회없이 기쁨을 누리고 사랑할 것이다." (238쪽)


현재를 살아가자.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Here and Now. Carpe Diem.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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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어릴 적 가족과 여행갈 때
"어머, 저기 봐봐. 너무 예쁘네."
하고 엄마가 말씀하셔도 그닥 감흥이 없었는데
이젠 남편과 함께 이룬 내 가족과 여행할 때면 내가 먼저
"얘들아, 저기 봐봐. 예쁘다!"
한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명 있는 것들이 다 아름다워보이게 된 걸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도 한다.
자세히 보면 참으로 많은 생물들이 유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무 뿌리들은 다른 종끼리도 땅 속에서 서로 엉겨 유기물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튼튼하게 서 있을 수 있어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른 것은 꿀벌이 엉뚱한 꽃으로 날아가 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자연의 지혜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젠 날이 좋아 산에 올랐는데 신록의 푸르름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찾아갈 때마다 매번 다른 옷을 입는다. 그뿐이랴. 맑은 산새 소리, 꽃향기, 땀을 식히는 부드러운 바람. 게다가 걷다 쉴 때 마시는 아이스커피의 맛도 집에서와 다르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나들이 코스다. 늘 새로움을 보여주는 숲은 기분전환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오늘도 산행을 핬다. 날이 풀리니 슬슬 벌레들도 꼬물거리기 시작한다. 벌레도 자연의 일부분일 뿐. 너무 미워만은 말자.

숲의 언어

남영화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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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가 쓴 빨치산 이야기. 곡성군당을 맡아 지도했던 유혁운을 중심으로 한 1부, 지리산의 이름난 다른 빨치산 이야기들을 엮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2권의 1/3쯤까지 이어진다.

먼저 1부 소개.
시간의 흐름대로 차곡차곡 기록된 그 이야기들이 처음엔 사건 일지를 읽는 것 같아 몰입이 힘들었지만 볼수록 유혁운이라는 인물에게 빠져들고 애정이 갔다.

6.25 발발 이후 인민군이 광주까지 내려오자 사람들은 언제 준비했는지 국도변을 붉은 인공기로 가득 채우며 열렬히 환영했다. 국군은 후퇴하면서 보도연맹 사람들과 형무소 정치범 등 7백여 명을 사살하고 갔다. 확실히 이승만의 질서는 폭압적이었다.
아무래도 지주 아닌 보통의 사람들은 다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준다는 인민군을 지지한 게 사실인가보다. 말썽 일으키는 싸움꾼을 보면 "공산당 만들어야 사람 된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하였다.

그랬던 빨치산은 다시 국군이 점령하자 식량 보급 문제 때문에, 그리고 경찰의 감시가 심해지고 교육을 받기도 해서 점차 민심을 잃는다. 휴전 이후 북측은 남로당을 나몰라라 해 버리고 국군의 집중 공세까지 더해져 54년 마지막 빨치산이 체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혁운에겐 빨치산 활동이 그로서는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났다고 해서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에겐 분명히 옳은 일이었다.

'그렇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는 어디에도 없다. 역사에도 남아 있지 않고 더러는 자신의 호적에조차 남아있지 않다. 후손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아예 살다 간 흔적조차 지워버린 것이다.'
- 그렇게 한 후손마저도 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던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에게도 옳은 일이었을 것이다.

형무소에서 전향서를 쓰고 나온 사람들에겐 일거수일투족 감시가 붙었다. 마지막까지 전향하지 않은 사람들은 천여 명 정도 남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아버지는 위장전향한 빨치산이었다. 농담을 잘하기도 했던 아버지는 언제나 인민을 위해 산다고 하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죽허면'이란 말로 다 퉁쳤다.

'묻혀진 역사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한국의 현대사와 같은 뼈아픈 비극은 없었고 또 그렇게 철저하게 묻혀진 비극의 역사도 없다. 아직까지도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치열했던 그 시기의 이야기는 금기로 묻혀져 있다.'

이제 역사 속의 그들을 온전히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그나마 이런 이야기를 양지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 다행이다. 작가가 이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보다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빨치산의 딸 1

정지아 지음
필맥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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