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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펴냄

삼성 임원으로 법조계를 상대로 로비업무를 맡았던 김용철의 책이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 등으로 주목받은 검사 출신으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임원으로 재직했다. 삼성이 영입한 1세대 법조인 임원이며 김 변호사 스스로는 법조계와 상관없이 경영에 대해 배우고 싶어 삼성의 제안에 응했다고 술회한다.

책은 내부자의 시선에서 쓰여진 삼성 비위의 기록이다. 김용철은 2007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공익제보자로, 이 책은 그에 대한 배경과 내막, 전엔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그룹과 비자금 수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총 4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책 안에는 법조계에 대한 삼성 측 로비 창구로 일하며 느낀 자괴감부터 삼성그룹의 부적절한 경영실태에 직면해 느낀 감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삼성 비자금은 이건희로부터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뤄진 탈법과 비위에 직접적 관계가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사건은 이미 특검 수사와 법원 판결을 거쳐 사실상 삼성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종결됐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삼성과 재벌에 대한 한국 법치주의의 패배의 기록으로 읽을 수도 있다고 하겠다.
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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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이 소설을 쓴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것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 가운데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고통과 분노와 절망 따위가 흩뿌려져 있는 듯하다. 마치 더욱 참혹한 고통을 다룬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낸 뒤 그것이 사랑이야기라고 주장했던 것만큼이나 당혹스럽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에 발췌한 짤막한 구절에서 엿보이듯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또 우정과 사랑에 대한 흔적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너무 흔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마치 발가벗겨져 쫓겨난 뒤에야 옷과 집, 부모가 준 애정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의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움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수의 사랑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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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잠식된, 아니 결탁했단 표현이 보다 어울리는 미술계를 담당하는 기자다. 한때는 호흡이 긴 지면 기자로 일했으나 <TV조선> 이직 후엔 1분40초 내외의 방송리포트로 미술 행사를 꾸려나간다.

박소영이 작품을 대하는 틀은 대체로 생태와 동물권에 깊이 엮여 있다. 다른 생명을 착취하지 않고 자연을 해하지 않는 것이 이 시대 지구와 인류에 가장 주요한 덕목이라 여기기 때문일 테다. 작금의 기후위기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유지하는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미술과 이와 같은 기준을 엮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책 가운데서도 독자적 통찰이 얼마 보이지 않고 대동소이한 잣대만 거듭 들이대는 게 아쉽다. 생태와 동물권에 대한 잣대가 작품을 평가하는 우선적이자 거의 유일해보이는 기준이 아닌가. 그 시대적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이라면 그 이상을 내놓아야만 한다고 나는 믿고 있는 것이다.

박소영의 해방

박소영 지음
편않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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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 모음집, 그 가운데 드러나는 건 차라리 작가 자신이다. 한강이 희다고 여긴 것들, 그리고 그 이유를 통해 독자는 글쓴이가 어떤 인간인지를 읽어낸다. 그녀가 태어나기 몇 년 전 홀로 낳은 아이의 숨이 끊어지는 걸 보아야 했던 어머니가 있고, 훗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린 작가가 있다. 갓난 아이가 죽어 식어가는 모습을 견뎌야 했던 여자의 이야기는 작가가 안고 있는 슬픔의 근원처럼도 보인다.

단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어 내릴 수 있는 글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며칠에 걸쳐 읽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내게 한강보다는 다른 이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준 이가 여백마다 빼곡하게 적어둔 메모, 그녀가 인상 깊게 읽었다는 문장들이 자주 호흡을 멈추도록 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찾아 읽으며 어째서 누구는 울림을 얻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한강 지음
난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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