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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돌고래 펴냄
📕24#16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2024.07.06~07.15
⏩️혼란하다 혼란해...
이런 진보적인 책을 읽을 일이 없는데, 왜인지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젠더위화감을 느끼고 결국 트랜지션의 과정을 겪는 와이엇, 그러나 지금은 니콜이 된 아이다. 온유만할 때부터 드레스나 엄마 물건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자화상을 인어공주 에리얼로 표현하던 소녀.
1. 아주 어릴 때부터 이렇게 강한 젠더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특히 자신의 아들이 이상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애써 외면하는 아빠 웨인의 모습은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너무나 남성적으로 살아왔기에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러나 아빠이기에 자녀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려 자신의 로망과 현실을 포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젠 나도 부모이기때문에 내 자녀가 꼭 젠더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런 가족을 둔 사람이 된다는 것만으로 멘탈이 흔들릴 것 같은데,, 또 부모이기때문에 켈리와 같이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겠지?ㅠㅠ
2. 책의 첫 챕터를 시작하며 사무엘상 16장의 '하나님이 사람의 용모가 아니라 마음,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을 인용했는데, 이건 사무엘이 이새의 집에 가서 장차 왕이 될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야 했던 상황에서 아직 어린 목동이었던 다윗을 보았을 때 하나님께서 아마도 당황했을 사무엘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씀을 이렇게 은근슬쩍 인용하는 건 바른 해석도 인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웨인은 책에서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낼 대상을 원하기 때문에 소수자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생각한다. 피해의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소수자 입장에서는 다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만큼 쉽게 우리는 약자를 홀대하고, 소수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도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배려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삶을 위해 분투하는 니콜의 형제 조너스의 고민도 이해가 되었다. 그는 가족이 니콜과 관련한 이슈로 돌아가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 자체를 조연과도 같은 삶으로 느낀다. 우리 모두 누군가를 동경하면서 좌절하거나 모방하면서 자라왔을텐데 조너스 입장에서 니콜 인생은 너무나 스펙타클한 영화같고, 흉내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의 삶에 대한 자세한 서사는 나와있지 않지만 홀로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누나와 가족을 존중하면서 바르게 성장한 것이 참 기특했다.
5. "우리가 누구인지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축복이다.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 혹은 그 사이의 어떤 존재가 됨으로써 이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띠용~ 준용이오빠가 미국에 인턴생활을 같이 했던 한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은 지금 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분이 최근 한국에 잠시 들어와 함께 인턴했던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었는데,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는 성별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실례가 되고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으로 구분 짓는 것도 아주 옛날 옛적의 일인양 이야기했다고 한다. 화장실 이용도 마찬가지로 두 종류의 화장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도 처음에는 이런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의 문화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경계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또 어떤 허들이 무너질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물론 그 누구도 차별을 받거나 학대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니콜처럼 순수하고 열정있는 착한 아이 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마든지 이런 구멍을 악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차 만연해지는 PC주의가 정말로 공평함과 공정함을 보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재전유: 사회적 문맥이나 맥락을 가진 기호를 변경해서 다른 의미를 갖도록 하는 행위
*아트리움: 고대 로마 건축에서 설치된 넓은 마당
*분수령: 분수계가 되는 산마루나 산맥 / 어떤 사실이나 사태가 발전하는 전환점 또는 어떤 일이 한 단계에서 전혀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듬지: 나무의 꼭대기 줄기
*낭보: 기쁜 기별이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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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영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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