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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문장 쓰는 법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의 표지 이미지

열 문장 쓰는 법

김정선 지음
유유 펴냄

읽었어요
읽은 책이 쌓여 갈수록 새로운 지식과 생각도 함께 쌓여서 좋다. 가치관이 보다 확고해지고 판단력이 생겨서 더 좋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도 글이나 말로 풀어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다.

헌데 자꾸 가슴과 머리에 생각들이 쌓인다. 일기를 쓰기는 하지만 나만의 언어로 혼자만 아는 글을 쓰기엔 좀 아쉽다.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마침내 제대로 된 글을 쓰기로 작정을 했다. 노트북을 열고 텅 빈 화면을 마주한 뒤에야 글쓰기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요를 썼다가 고쳤다 할수록 내용이 산으로 갔다. 글의 구성을 어찌 잡을지 고민하다가 하루종일 일손을 놓고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작가들이 어째서 글쓰기 루틴을 유지하려고 애쓰는지 진정으로 이해되었다.

글쓰기는 '나만의 의견을 모두에게 통용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번역'임을 명심한다. 내 생각과 감정을 감정을 독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글쓰기의 목적은 소통에 있으니까.

글을 쓰며 힘들었던 마음이 사진으로 올려둔 저 문장을 만나 위로받았다. 못 쓴다고 자책하기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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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냥 좀 제발 놔두시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으로 살며 지내다가 결국 아무일도 해내지 못하고 그는 죽어 버렸다. 그는 사는 동안 오로지 자신이 되돌아가게 될 죽음에 대해서만 줄곧 생각하고 자연의 회귀 질서에 철저하게 복종한 사람이다. 지독히도 순결하고, 극단적으로 완고하게 전생에서부터 저승까지 이어지는 인생길을 끝까지 <걸어서> 가버린 그가, 살았지만 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 그가 나에게 던져 준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라>였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마다 정신과 육신이 혼연일체가 되어 참으로 살아 있는 자답게 깨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깊숙한 자락에서 꿈틀
댔다.
- 옮긴이의 말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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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있었고 그 짐에서 밧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소망이 선을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만 욕망은 물불을 안 가린다는 것을.(107쪽)

📚 그건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다. 오히려 죽이는 약이야.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먹으면 다시는 사람처럼 살 수 없게 된다. (186쪽)

📚 인어 기름을 한번 마시고 그 맛을 알아 버리면 내가 얼마너 더 마셔야 할지? 얼마나 더 마시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지거든. 다른 생각은 다 없어지고 딱 한 가지 생각만 남는다네.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 그게 나머지 생각들을 다 집어삼켜 버리지. 그 다음부터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어차피 한 생각밖에 없으니까. (197쪽)
➡️ 이에 덕무는 '그건 생각이 아니라 그릇된 욕망'이라고 한다. 위 부분에서 '인어 기름'은 '돈', '권세', '도박' 등 무엇으로 바꾸어도 말이 된다. 욕망의 추함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해결책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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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증이 엄청난 소설. 묘사도 상세해서 영두와 같이 창경궁, 창덕궁, 원서동 곳곳을 함께 거니는 기분이다.
문화재를 발굴하듯 주인공 영두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과거 파편들이 모여 인물의 일대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매우 촘촘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들을 '조센 카에리'라 부르며 멸시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옛날 '환향녀'들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조선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는 아기엄마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일제의 잔재인 대온실을 철거하지 않고 수리해서 남겨두듯, 과거 나와 악연이었던 이를 완전히 파내어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듯,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한번씩 직면하여 개선해 나가듯,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끔 해 볼까, 하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땅을 파고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수리 전엔 마음을 단단히 하자.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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