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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리뷰 오브 북스

김경현 외 17명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서울 리뷰 오브 북스를 접하게 된 것은 2024년도 봄이었다. 
 
서울 리뷰 오브 북스에서 출간한 2024년 봄 호를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면서
국내에도 꽤 괜찮은 전문 서평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2024년 여름 호까지 읽으면서 책에서 서평한 책들을 직접 구매해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으면서 서평지에 실렸던 글들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는데,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서평을 통해 글을 이해하고 책을 읽으니 책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로 서울 리뷰 오브 북스가 나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이 책은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학,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편집위원들이 함께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칭찬하는 것을 넘어, 책의 핵심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해준다. 
 
또한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쟁을 촉진하여 생산적인 지식 공유의 장을 마련해주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책들을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독서 문화의 다양성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 피상적인 서평에서 벗어나, 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독자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최고의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호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서평을 가장 먼저 읽었다.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가 난해하다보니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서평을 통해 책을 먼저 이해하고 책을 읽게 되면 더욱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한강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작가이다. 그의 책을 읽는 일은 대개 즐겁기보다는 괴로운 일에 속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책을 찾는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자 하는 한, 그 불편함은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것, 누구나 종국에 한번은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책의 서평을 읽고 나니 책이 더 궁금해진다. 
 
"봄 날 오후의 국철 승강장에 서서 죽음이 몇 달 뒤에 다가와 있다고 느꼈을 때, 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어쩌다 책방을 운영하게 됐을까의 김수진 대표님의 이야기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홍대의 작은 책방인 '어쩌다 책방'에서 부터 그리고 '어쩌다 산책' 지금은 연남동으로 옮긴 '우연과 상상의 장소'까지 
 
5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책방 문을 닫는 날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는 꽃다발과 편지, 음식, 각종 선물들이 쌓였다고 했다.
"도대체 그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휩쓸려 사라질 걸 알면서도 파도 앞에서 자꾸만 모래성을 다져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기에 김수진 대표는 연남동이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우연과 상상의 장소'라는 공간으로 또 다시 독자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전자책 보다는 종이책을 사랑하는 1인으로 사라져가는 문화 중에서 제발 서점만은 영원히 인간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계속해서 숨 쉬어 주길 바란다.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의 이번 시즌 책은 정치적 주제가 많다.
출판사의 머리글을 보니, k-문학의 저력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최근의 놀라운 성장(한강 작가를 비롯한)에 힘입어 오랜만에 문학적 감성이 넘치는 풍성한 특집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2024년 말 갑자기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 소추안 발의와 의결,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영장 발부와 집행,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이후로 이어진 정치적 공방과 법정 다툼이 이어지면서 이번 호에는 '헌법'이라는 단어에 더욱 집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책에는 유정훈의 '헌법의 순간' 이철희의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헤린더 파우어-스투더의 '히틀러의 법률가들' 등 자유나 민주, 공정 등의 단어와 연관되는 주제들의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심도 있는 서평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짧은 소설, 에세이 등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리뷰 오브 북스는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서평을 통해 찾아나가고자 노력하는 매체라는 생각이 든다.

#부드러운독재자 #서울리뷰오브북스 #서평 #헌법 #한강 #작별하지않는다 #계간지 
#리뷰 #책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정기구독 #헌법의순간 
#전쟁은인간에게무엇인가 #사고는없다 #가난한찰리의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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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한국사

책을 잡으면, 특히 재미있는 책을 잡으면 아무리 바쁜 일도 제쳐두고 책 속에 빠져 드는 버릇이 있다.

'기묘한 한국사' 벌써 제목이 나를 끌어들인다.
다음 주 강의 준비가 태산 같은데 책상 위의 책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다.

금요일 늦은 시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사와 관련한 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소설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한국사 미스터리라니!
이 보다 더 구미를 당기는 책이 있을까?

책 속의 내용은 내가 이미 다른 책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더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어떤 부분의 역사를 읽을 때는 통쾌해 지는 시간을 지나며 주말 동안 이 책 읽기를 끝냈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되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준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투장이 심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 되었던 내용을 읽고 조금 놀라기도 했다.

투장은 남의 묫자리에 자신의 조상 무덤을 쓰는 것이다. 
노비로 사는 것이 지긋지긋해 자식은 양반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노비들이 양반집 무덤을 파헤쳐 조상을 묻기도 했고, 권력을 가진 관리들은 탐해선 안 될 왕권까지 넘보며 왕실의 무덤을 침범했다.

명성왕후 시해의 핵심에 있었던 친일파 우범선의 아들 우장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왕비를 죽인 자의 아들에게 국민의 배고픔을 덜어준 노고를 치하하는 훈장이 수여 된 이야기는 역사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가 아버지의 친일 행적으로 보낸 시간들은 우리에게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터라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
일제침략하에서 독립이 되고도 미군 군정하에서 일본 앞잡이들이 정부의 중요 요직과 경찰로 다시 활동하며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한 내용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안일한 정치가 다시 재조명되며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부분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베일에 가려졌던 조선 궁녀의 사생활과 눈 감아주었던 궁녀들 간의 동성애와 조선시대 내시들의 권력에 놀라며 책에 더욱 몰입했다.

고려 시대 내시는 조선 시대 내시와 달랐다.
환관, 환자, 화자의 한자에는 '성' 상실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내관, 내시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 급제한 남성 문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의 아들과 성리학의 시조라 불리는 대학자 안향도 내시였다.

우리나라는 사고를 당한 아이들이 내시가 되었지만 중국은 한족이 아닌 이민족 포로에게 궁형을 내려 환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의 내시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입양으로 가족을 이루고 살았으며 군주 아래에서 권력을 누릴 수 없었지만, 양반을 능가하는 월급을 받는 직업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조선 최고의 부자가 가진 의외의 직업은 역관이었다. 역관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 공부를 해야 했고 역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사역원에 입학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조선 시대의 왕들은 왕권 강화를 위해 번갈아가며 사림파와 훈구파를 배척하며 수 많은 사화의 역사를 낳았다.
그러한 가운데 이루어진 고문의 형태가 실로 잔인하기 그지없다.
세조와 조카 단종의 이야기는 tv 사극을 통해 여러 번 보았지만 책을 통해 읽으니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된다.

오늘날 국민이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시대에도 얼마나 많은 잡음이 있는가?
하물며 왕권과 주위를 둘러싼 세도가의 등 살에 백성들은 참으로 고단한 시대를 지나온 것 같다.

숙청과 권력과 또 다른 암투!
역사 속에는 예부터 많은 음모론이 존재했다.
우리 역사에 있었던 기묘한 일들을 한 권의 책으로 읽는 시간은 흥미진진함과 아울러 가슴 아픈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잡고 책 속에 완전히 몰입해 읽었던 시간이다.

#부드러운독재자 #기묘한한국사 #역사 #김재완 #한국사 #역사덕후 #덕후 #수수께끼 #책 #책스타그램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독서 #독서모임 #북스타그램 #이야기

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믹스커피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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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잔소리탈출연구소 1 게시물 이미지
잔소리 탈출 연구소 
 
"우리 아이가 너무 산만해요." "책상에 5분도 앉아 있질 못해요." 아이의 집중력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걱정일 것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의지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집중'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막연하고 어려운 개념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어려운 '집중력'이라는 개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글과 그림으로 명쾌하게 풀어낸다. '집중력 도둑'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이 왜 집중하기 어려운지를 스스로 깨닫고 대처할 힘을 길러주는 똑똑한 안내서와도 같다. 
 
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 아이들의 집중력을 훔쳐가는 다섯 명의 도둑을 소개한다. 이 도둑들의 정체를 하나씩 파헤치는 과정은 마치 탐정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나도 집중하고 싶은데 잘 안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책의 소개글에서 카이스트의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함께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집중이 잘 안되는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도둑들이 숨어 있어서 그래, 이 책을 읽으면 너만의 방법으로 도둑들을 찾아낼 수 있어"라고 얘기 하면서...... 
 
공완두!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늘 두두두두 뛰어다니는 4학년 남자아이. 별명은 완두콩에 작년부터는 빵완두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빵점 맞은 시험지를 친구에게 들키고 부터다. 언제나 사건 사고를 달고 있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환영받지 못하는 공완두가 집중력 도둑을 찾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면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완두가 찾아나선 첫 번째 집중력 도둑은 바로 '잠'이다.
잠이 부족할 때 사라지는 것이 바로 집중력이다. 어린이는 9~12시간 잠을 잤을 때 기억력과 지능 발달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두 번째 집중력 도둑은 가공 식품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가공 식품 대신 신선한 식품을 먹은 아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세 번째 집중력 도둑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것이다.
한 번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하는데, 멀티태스킹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창의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멀티태스킹은 평소에 잘하던 일도 못하게 만든다.  
 
네 번째 집중력 도둑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각하는 힘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걸 여러 실험에서 보여준다. 스스로 이겨 낼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는 짧은 기간에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과제를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계속될 경우에는 우리 뇌에 변화가 일어나 집중력을 흐리게 한다. 
 
다섯 번째 집중력 도둑은 '알고리즘의 함정'이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단계적인 규칙과 절차다.
sns 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우리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갔는지,
무엇을 검색했는지 같은 기록을 살펴본다.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내고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에게 어떤 콘텐츠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보여줄지 알고리즘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이 우리 사회 전체의 집중력을 빼앗아 간다. 
 
이 책은 '집중력' 이라는  주제를 재미있는 만화와 글로 풀어낸 동화책이다.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잔소리 탈출 연구소'에서 잔소리를 줄이고 대화를 늘리는 지혜를 부모와 아이들이 동시에 얻게 될 필독서! 
 
#잔소리탈출연구소 #집중력도둑을잡아라 #어크로스주니어 #어린이책 #한학기한권읽기 #집중력 #책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웹툰 #북스타그램 #만화

잔소리탈출연구소 1

윤선아 지음
어크로스주니어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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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어느 아이 이야기 게시물 이미지
어느 아이 이야기(Geschichte eines Kindes)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중심 주제로 흐르고 있는 대니의 생부가 마지막 결말에 밝혀지기를 희망하며 밤잠을 설쳐가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결말의 어느 부분에도 궁금해 했던 부분의 확실한 암시는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김안나 작가의 이 책은 오스트리아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을유문화사의 '암실문고' 시리즈로  번역 출간되었다.  
 
책은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의 그린 베이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혼모 캐럴이 낳은 아이 '대니얼'의 입양을 돕기 위해 생부를 찾고 있는 과정의 기록(사회복지국의 서류철)을 통해 전개된다. 
 
대니의 생부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의 중심엔 당시 백인 사회의 인종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의 생모인 캐럴은 백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체 세상에 태어난 아이 대니는 흑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복지국 소속 사회복지사 MW가 대니의 생부를 찾기 위해 행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집요하게 생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모 캐럴은 사회적 관심 거리와 냉대 속에 직장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책의 말미에 이 사건을 추적하는 작가 프란치스카는 MW의 딸과의 만남을 통해 1950년대의 인종 차별적 시선과 과학적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비인간적인 조사 과정과 마주한다.
이는 당시 백인 사회의 인종주의가 한 아이의 삶에 어떻게 깊이 개입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가 프란치스카는 2013년 버락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 위스콘신의 세인트 줄리언 대학의 초청으로 그린 베이에서 체류 작가로 여름 학기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하숙을 하기 위해 들어간 집 주인 조앤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 중인 조앤의 남편 대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의 부탁으로 대니의 출생과 생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성장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과 순수, 그리고 생존 의지를 탐구한다. 이야기는 특정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적인 '아이'의 상징성을 지닌다. 
 
이 소설은 이중 구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인종 문제를 연결하며, 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드는 인종차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고독, 그리고 정체성 탐색의 어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이야기는 1950년대 사회복지국의 기록을 따라 전개된다. 
미혼모가 낳은 아이 대니의 고립된 상황은 시대의 상징성이며, 동시에 사회가 한 아이를 '정의'하고 '구분'하려 했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대니는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겉으로는 잘 적응하고 결혼도 하지만, 평생 생부를 알지 못한 채 혼혈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로 인한 깊은 외로움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그는 백인 사회에 동화되려 애썼지만, 인종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으로 현재 시점에서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치스카(저자 김안나 본인의 캐릭터를 반영한)는 미국 그린베이에서 거주 작가로 머무는 동안, 대니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녀는 대니의 사례를 통해 자신 또한 오스트리아 백인 사회에서 소수 아시아계 혼혈 여성으로서 겪었던  문제, 즉 겉으로는 동화 된 듯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끊임없이 인종적 시선과 고독에 시달리는 경험을 자각한다. 
 
작가는 과거 대니의 기록과 현재 자신의 경험을 교차 시키며, 인종주의가 과거의 흑백 논리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인종 지도 속에서도 여전히 소수자의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고 완전한 소속감을 유예 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함을 지적한다. 
 
단순히 한 아이의 불행한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본연의 강한 생명력을 탐구한다. 
 
특히  '아이'라는 주제가 지닌 날카로운 통찰력은 외부의 복잡한 정보로부터 차단된 오직 자신의 감각과 본능에 의존하여 세상을 이해다. 이는 어른들의 편견과 상식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순수한 진실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하게한다.  
 
이 책은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궁금해 하게 하고 의문을 던지게 한다. 뒤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 고문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책의 저자 김안나 작가가 이국땅에서 느낀 본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도 한다. 소설 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도 한다. 
 
작가의 긴밀한 필체가 독자로 하여금 매번 놀라게 하고 끝없이 달려가는 미래를 암시한다. 
마지막에  MW의 딸 질비아의 입을 통해 듣는 MW란 인물의 이야기가 조금은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전은 질비아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나의 느낌!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나 치밀하고 짜임새가 단단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강렬한 물음표(대니의 생부)까지! 
 
책을 읽고 한참을 스스로 상상해본다.
내가 이 책을 해석하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우리 외로움의 공간들이 모두 다 지나가 저 뒤편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고통을 받앗고 즐겼고 다가오길 소망했고 배반했던 외로움의 공간들은 우리 안에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어느아이이야기 #김안나 #소설 #장편소설 #암실문고 #을유문화사 #서평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귀스타그램 #책추천 #책 #공감

어느 아이 이야기

김안나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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