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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엔딩

이윤주 지음
고래가숨쉬는도서관 펴냄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생활 속에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가까이 자리잡을 줄 몰랐다. 이론적으로야 유비쿼터스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느니, 우리는 목소리로만 지시를 하며 살 날이 곧 올 거라느니 하며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빨리 생활 곳곳에 가까이 자리잡을 줄 어찌 알았을까. 이 속도 때문에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믿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결국 우린 이 환경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나비 엔딩>은 정말 사람같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 대신 필요한 노동력, 하지만 그저 로봇이면 안되고 감정까지 살펴주고 함께 해야 하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를 책에선 "벗"이라 부른다. 우리의 감정에 따라 반응할 줄 알아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벗들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오면 인간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혐오하기 시작한다. 우리를 넘어설까봐 두려운 것이다. 책에선 그런 상태를 "나비"라 지칭한다. 그리고 나비가 된 벗은 처리 대상이다.



나비를 사냥하는 이들은 바이올린 맨이라 부르는 이들. 직접 잡아서 연주하면 나비들은 스스로 불타 녹아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작업 전에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스토리텔러가 나비와 대화를 나누며 왜 나비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수집한다. 그렇게 만난 반디와 은도는 자신들의 벗 때문에 가족이 다쳤다고 생각해 나비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벗이 감정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반디의 벗, 위고를 통해 진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최근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게 유행이다. 실체는 없지만 마치 친구처럼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다들 열광한다. 아직은 어설프고 웃기는(인간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책과 같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단계가 올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 아이들은 분명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향상시켜가며 살 수 있을지, 어느새 인공지능에 따라가는 이가 아닌 끌고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이들과 함께 살아갈 윤리와 법 같은 것들도.



책에선 완벽한 결말 따위로 끝맺지 않았다. 책 속 어른들, 회사나 나라의 태도는 현실적이고 어쩌면 좀더 친근한 아이들의 생각은 열린 채로 남겨두었다. 분명 책 속의 상황은, 이제 곧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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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보니 저출생

오선경 지음
풀빛 펴냄

읽었어요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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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배명훈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놀라운 증명"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 판타지 책을 자주 읽는 것도 아니어서 평소 관심도 없었지만 최근엔 한국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매우 놀라는 중이라 배명훈 작가를 알게 됐을 때,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기병과 마법사>는 무척이나 외국스러운 제목과 표지로 의문스러움을 지니게 한다. 그런데 그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느낌만 성과 깃발이지 우리 전통 병풍에 가득 그려져 있을 만한 것들이다. 그 뿐인가. 막상 소설을 시작하면 고리니 술름이니 차리니 하는 낯선 단어들이 가득해서 이 소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가 조금은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어느새 윤해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머릿속에 소라울이라는 나라가, 술름고리라는 마을이, 거문담이라는 악의 문이 저절로 그려진다.



"궁지에서 살아남은 기병과 마법사는 변방의 초원에 비로소 자기 자리를 마련했다."...127p



작가는 제목 <기병과 마법사>가 주인공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풀어 쓴 의미기도 하다고 밝힌다. 우리가 판타지, 하면 떠올리는 것이 외국 판타지이고 그 원형이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니 기사와 마법사가 등장할 수밖에. 그런데 그런 판타지를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문화적 배경도 옮겨와 바로 여기서 풀어낸 것이다.



12년간 성군이었던 왕이 어떻게 독재가 되고 폭정을 일삼으려 하는지, 또 세계를 파괴하고 소멸시키려는 근원적인 악이 어떻게 세상에 퍼져나가는지를 소설은 다루고 있다. 그에 맞선 이가 바로 기병과 마법사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저지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서로를 바탕으로 맞서야 한다. 이것이 배명훈 판타지의 "작동하는 세계와 인간들"이 아닐까.



숨도 못 쉬고 빠져들어가 읽었다. 눈으로 읽고 머리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것이 한국 판타지구나, 싶어 뭔가 뿌듯하다.

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북하우스 펴냄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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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내로라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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