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가 만날 때마다 젊어지는 누나의 얼굴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묘사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또한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감과 상대에 대한 권태로움을 ‘잠’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한 점은 개인적으로도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잠부터 쏟아지기 때문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어딘가 기묘한 관계를 들여다본 듯한 이 작품은 색다른 연애 감정을 보여주며 짧지만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감각적인 시선과 표현이 돋보였던 한 편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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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
불면증은 제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서 고통에 지친 인간이 스스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P. 42
나는 개에서 확인받기 위하여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손으로 가슴을 천천히 두드리는 느낌을 닮았다. 검지가 쇄골뼈에 걸리는 순간, 내가 연기처럼 무형이 아니라 손이 닿으면 멈추는 묵직한 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나는 개 덕분에 일주일에 두어 번 기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