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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청미래 펴냄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대 너드남이 작성한 연애일지 같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참신한 관점과 재치 있는 표현들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191개의 좌석이 있었다. 클로이는 15A 좌석을 배정받았고, 나는 순전히 우연으로 15B 좌석을 배정받았다.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에 앉을 이론적 확률은 36,290 분의 220, 다시 계산을 해보면 164.955분의 1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파리와 런던 사이에 비행기가 한 대뿐이었을 경우에 우리가 옆자리에 앉을 확률이다. 실제로는 여섯 편이 있었고, 우리 둘 다 이 여섯 편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하나를 골랐다. 따라서 방금 말한 확률에 앞서 말했던 6분의 1을 다시 곱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클로이와 내가 12월의 어느 아침 영국 해협을 날아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 767기에서 만날 최종 확률이 나오는데, 그 수치는 989.727분의 1이다. (중략) 나는 동전을 던졌을 때 왜 앞 또는 뒤가 나왔는지 설명해달라고 신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 확률이 2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에 앉을 확률처럼 작은 경우일 때,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때, 적어도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을 운명 이외의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을 바꾸어버린 만남의 확률이 그렇게 작았던 것을 아무런 미신 없이 받아들이려면 대단히 냉철한 지성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하늘에서 [3만 피트 상공에서] 운명의 줄들을 잡아당기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15~17쪽)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새로운 만남에 들떠 운명론적인 태도로 사랑을 하다가, 헤어짐에 좌절하고 힘겹게 이를 극복하고,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 이내 그 결심을 무색하게 만드는 새로운 만남을 겪는 주인공의 모습은 왠지 영화 <500일의 썸머>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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