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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흙
신나미 쿄스케 (지은이), 우상규 (옮긴이) 지음
글항아리 펴냄
가축과 인간의 관계를 일깨우는 한편,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인간을 거세게 질타한다. 인간의 손에서 목적에 맞게 진화해온 가축은 더는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인간이 젖을 짜주어야만 하고, 생후 몇 주 정도는 사람의 손을 타야만 건강하게 자란다. 새끼를 낳을 때도 수의사가 산도에 손을 넣고 꺼내줘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간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도망치니 가축들은 고통 속에 울부짖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가축들을 안락사하라고 말한다. 쓰임이 없으니 살아 있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풀려나 야생화 된 소떼를 잡아 죽이는데 필요 이상의 노력이 드는 데도 그렇다. 그 모든 결정은 직접 가축을 잡아 죽여야 하는 이들이 아닌, 경계구역 근처도 오지 않는 이들에게서 내려진다. 수많은 생명이 그렇게 죽어나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의사며 활동가들은 악착같은 노력으로 후쿠시마의 가축들에게 쓰임이 남았음을 찾아낸다. 하나는 소들이 풀을 뜯어 후쿠시마의 들판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벌판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폭 영향에 대한 살아 있는 연구자료로 쓰임이 있다는 것이다. 쓰임이 있는 한 이 동물들에겐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이들은 정부를 설득하려 든다.
한편으로 책은 도쿄전력 본사에 차량을 몰고 가서 시위를 하는 한 축산업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사고 직후 후쿠시마를 가장 먼저 빠져나가려 했던 도쿄전력 관계자들의 모습도 빼놓지 않고 다룬다. 후쿠시마에 위치한 원전 관리주체가 도쿄전력이라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원전이 멈춘 이후에도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일본의 모습은 시사점이 크다. 낙후된 지역에 위치한 원전에서 전력을 끌어다가 대도시에다 대고 있는 오늘 한국의 방식이 일본의 그것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생각해보자면, 이들 책이 적고 있는 재난이 비단 일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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