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소설인가? 싶은 소설.
한 소설가의 실종과 그가 남긴 137개의 문장 혹은 시구절, 또는 시가 되다만 파편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 미스테리를 푸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고 정작 소설은 아무것도 이야기 해 주지 않는다. 작가의 생사 여부, 실종의 이유, 그리고 137개의 미로카드를 남긴 이유와 그 해석 등등...
소설에는 실종된 소설가와 관련있는 사람의 인터뷰, 소설가가 남긴 미발표 원고 몇편, 작가에 관한 전기 미로카드의 구성과 가능한 해석들, 비평들이 실려 있다. 한마디로 어떤 작가가 미로카드를 남기고 실종됐을때 나올법한 비평, 혹은 연구서? 처럼 보인다. 결국 서사는 책 속이 아니라 책밖 독자에 의해 가능성의 형태로 남아있을 뿐이다.
137개의 미로카드
김운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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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즘이라는 용어의 어원이 된 소설. 하지만 그 단어에 사로잡히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단순히 사디즘과 대비되는 피학성애를 다룬 소설이 아니라, 주인과 노예, 권력의 문제 같은 넓은 지평 속에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마조히즘이라는 말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의미의 풍성함이 알려지지 않는것같다.
반다 폰 두나예프와 제베린 폰 쿠지엠스키 사이의 관계를 단순히 특이한 성벽에 기인한 주종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연인간의 사랑의 감정, 그리고 파국이 예고된 미묘한 권력의 속성이 교묘하게 작용한 결과이고, 소설은 그 과정을 매우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한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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