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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의 표지 이미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지음
갤리온 펴냄

읽었어요
「"... 추상적인 질문만 잔뜩 안고서 정작 몸을 움직이진 않아. 고민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충분히 알고 있다.
멈춰야 한다는 것을,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하지만 머리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계속 움직이고,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그래서 책을 찾아 읽는다.
읽는 그 순간 만큼은 멈춰있으니까, 쉬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멈춘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삶과 소통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적절한 때에 내 의지로 멈추지 못하면 후유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용 속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삶이 느껴진다.

「어쩌다 우리는 어른 노릇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어른이 되고 나잇값을 하고 산다는 건 때론 눈물겨운 일이다.
때로는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유교적인 관습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기대고 의지할 때는 어른을 찾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관습이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사회.
그래서 쉼을 원하면서도 또 바쁘게 휴식을 취하고는
'나'에게 쫓겨 또 다시 바쁘게 살아간다.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연습과 열린 마음, 그리고 자신을 버리는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내가 나의 착취자이다.
나를 강제하는 이가 없어도 나는 알아서 더 분발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안 해서 안 된다.
외부에서 오는 강제에는 저항할 수 있지만, 자발적인 복종은 의식조차 못 하기에 저항도 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
작가가 제시하는 '인간으로써, 인간이기에, 인간다워지기 위해' 누려하는 권리.
한없이 무시하고 지나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너무도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지 않을 권리'라고 해서 문제에서 달아나거나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적 태만이나 무관심을 정당화하려는 주장도 아니다.
생각하지 않을 권리를 달리 표현하면 생각을 비울 권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일에 생산성과 효율, 잉여가치부터 따지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야말로
유일하게 내가 취할 수 있는 저항일 때가 있다.」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실감을 안겨 주는 소중한 기회들은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은 그 순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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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모두 다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닐테지만,
누구나 제자리 걸음을 할 때가 있다.
나아가는 듯 하지만 힘만 빼고 있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되돌아봐야 한다.
그 때 우리는 그 걸음을 멈춰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잠시 가만히 있어야 한다.

놓친 것이 있을테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을테니,
차마 내 것이라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 있을테니,

어느 순간 그것들의 흔적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잠시 눈을 감고 흔적의 시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마음이 이끌었던가.
생각이 이끌었던가.
아니면 그냥 몸이 움직였던가.

그 끝을, 아니 시작을 찾아가보면
삶은 좀 더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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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파과 : 흠집이 난 과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림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
그 무엇에도 기댈 곳이 없이, 기대본 적 없이 살았던 인생.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못했던 인생.
달콤함이라는 분홍빛깔이 끝내 미치지 못했던 인생.

그런 인생이 느닷없이 물들었다.
아주 작은 햇살로 인해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파괴했던, 혹은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순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고 투박하다.
일상의 행복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생은 타인의 의해 삐끗했고, 결국 끝없이 부서져 내린다.
평생 받지 못했던 사랑과 주지 못했던 사랑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미숙한 투정이나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 어설픈 몸짓 속에서, 그들이 지나온 매몰찬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두 인물이 마음 아프게 한다.

작가는 이처런 파편같이 부서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글 속에 각 인물에게 쏟아부은 작가의 깊은 감정들이 오롯이 녹아들어,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가 끝내 긴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된다.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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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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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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