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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크리스타 볼프 지음
황금가지 펴냄
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이지만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작품에 잘 스며들어있다. 메데이아는 서구 신화에서 악인으로 묘사되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 기인한다. 그는 사랑에 눈이 멀어 패륜적인 행동을 저질렀고, 잔인하고 냉혹한 면모를 복수극을 통해 어김없이 드러낸다. 잘 알려진 신화나 비극 작품만 놓고 보면 그는 용서할 여지가 없는 완벽한 악이다. 그런 작품들은 철저히 제 3자의 시점에서 메데이아와 그 행동을 판단할 뿐 그의 속내와 사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그를 한정된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메데이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그가 사랑에 웃고, 고통 받던 한 평범한 인간일 뿐임을,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끝내 좌절되는 모습을 통해 그의 비참한 심정을 강조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으로,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또한 등장시켜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게 하고 선악의 이분법적 구조를 회피할 수 있게끔 한다. 완벽한 선인이나 악인이 아닌,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작품은 비록 수천 년 전의 코린토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시각, 이방인에 대한 은근한 냉기 어린 시선과 그들의 고립과 소외감, 입체적인 인간의 면모 등등. 메데이아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우리의 편파적인 사고와 편견을 비판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듯 현실적인 이 작품은 읽을 만한 가치가 그만큼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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