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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책.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얽힌 비화를 소설로 풀어냈는데,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웠다. 독일의 첩자인 헨리 훼이버는 철두철미하고 냉정하며 판단력이 빠르며 ‘바늘’이라는 암호명을 가졌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적국인 영국에 숨어들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그를 추적하는 이들의 눈을 피하는 과정이 주 내용인데, 처음에는 그저 감정없이 잔인한 인물인 줄 알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에 취한 느낌이었다. 조국을 위해 행동하면서도, 어느샌가 사랑에 빠져 감정적이 되는 모습을 어느 누가 싫어하지 않으랴.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잔악무도한 행위를 옹호할 수 없지만 말이다. 거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외에도 루시는 훼이버와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질렀지만 데이비드에게 죄책감을 진 채 갈등하는 인물이며, 데이비드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뒤 자격지심 때문에 사랑을 버리고 일에만 몰두하는 인물이다.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이런 다양한 입체적인 인물들은 어찌 보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의 피해자이기도 하며 진부하고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좀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한편으로 아무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간이라도 한순간의 감정으로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인간이 오히려 감성적인 존재에 가깝다는 걸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할 때 읽으면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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