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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arte(아르테) 펴냄

읽었어요
단순히 유머러스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언어유희와 톡톡 튀는 문체만 봤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이 들어간
의사의 경험담과 작가가 직접 들은 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삶이란 것이
어쩔 땐 웃기고 어쩔 땐 슬픈.
'웃픈' 그 범위내에서 계속 공존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란 것이
어쩔 땐 숭고하고 어쩔 땐 두려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폭풍을 일으키고 있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단지 6층 7호실 불새여인의 삶을 조그이나마 연장하기 위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병원 밖에서 의사들이나 환자들이 겪는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읽다보면 정말 이런 일도 일어나는 구나 싶은 이야기와 더불어 여러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다를 수록
다른 사람들, 다른 의사들, 다른 간호사들, 다른 간병인들이 아닌
불새여인과 작가의 이야기가 남는다.

아픔으로 시작한 치유의 이야기.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그 안에 불새여인의 이야기도, 작가의 이야기도,
어쩌면 내 이야기도 담겨져있다.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에 대한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곳. 병원.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 이 병원의 일주일이
전 세계에 있는 병원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 곳을 지나치는 모든 인생들이
울고 웃겠지.
2019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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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나도 소심한 편이다.
낯가림이 심하고, 무대를 두려워하며,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어릴 때는 유야무야 살아갔었는데, 성장할 수록 세상은 나를 자꾸 무대 중앙으로 밀어냈다.
내 목소리를 듣길 원했고, 내 손짓발짓을 보길 원했다.
우렁찬 목소리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짓을 기대했겠지만,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와 굳어가는 몸을 이겨낼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점차 사라지길 바랐고, 그런 모습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길 원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런 순간들만 있던 게 아니었다.
나의 소심함이 어느새 세심함으로 바뀌었고, 나의 조심스러움이 어느새 신중함으로 바뀌어있었다.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위로를 얻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렇다고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충분히 내 자신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지 않고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한 '우리들만의 초능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모호했던 내 안의 보물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

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이로운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깊이 보고, 해야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남을 의식한다기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쪽이고, 나를 숨기기보다는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겉으로 채우려는 노력보다는 내면을 다스리려는 자세와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내 초능력이다.
이 책은 내 초능력을 찾게 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난 소심한 내가 좋다.

소심해서 좋다

왕고래 지음
웨일북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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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a

모두 다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닐테지만,
누구나 제자리 걸음을 할 때가 있다.
나아가는 듯 하지만 힘만 빼고 있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되돌아봐야 한다.
그 때 우리는 그 걸음을 멈춰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잠시 가만히 있어야 한다.

놓친 것이 있을테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을테니,
차마 내 것이라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 있을테니,

어느 순간 그것들의 흔적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잠시 눈을 감고 흔적의 시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마음이 이끌었던가.
생각이 이끌었던가.
아니면 그냥 몸이 움직였던가.

그 끝을, 아니 시작을 찾아가보면
삶은 좀 더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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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a

파과 : 흠집이 난 과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림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
그 무엇에도 기댈 곳이 없이, 기대본 적 없이 살았던 인생.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못했던 인생.
달콤함이라는 분홍빛깔이 끝내 미치지 못했던 인생.

그런 인생이 느닷없이 물들었다.
아주 작은 햇살로 인해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파괴했던, 혹은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순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고 투박하다.
일상의 행복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생은 타인의 의해 삐끗했고, 결국 끝없이 부서져 내린다.
평생 받지 못했던 사랑과 주지 못했던 사랑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미숙한 투정이나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 어설픈 몸짓 속에서, 그들이 지나온 매몰찬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두 인물이 마음 아프게 한다.

작가는 이처런 파편같이 부서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글 속에 각 인물에게 쏟아부은 작가의 깊은 감정들이 오롯이 녹아들어,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가 끝내 긴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된다.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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